• 입력 2022.04.21 05:00
엄효식 GOTDA 대표. (사진제공=엄효식 대표)
엄효식 GOTDA 대표. (사진제공=엄효식 대표)

봄이 되면 단연코 골프가 최고 인기 스포츠가 된다. 수많은 골퍼들은 자신의 골프백에 브랜드는 다를지언정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등 사거리별 최적의 골프채를 번호별로 완비하고 다닌다.

대체로 골프실력이 올라갈수록 골프백 안에 모든 번호의 골프채를 전부 넣지 않는다. 골프채가 많다고해서 좋은 스코어를 자동으로 얻는 것이 아님을 깨닫기 때문이다. 부단한 연습과 실전경험, 최대한 힘을 뺀 스윙을 통해 원하는 거리와 방향으로 정확하게 공을 보내야 '무서운 골퍼'로 자리잡는다.   

적 항공기를 격추하기 위해 우리 군은 공군 전투기의 공대공 미사일, 육군의 지대공 미사일, 해군의 함대공 미사일 가운데 어떤 무기체계를 더 강화해야 하는가. 적 함정을 격침시키기 위해 육군의 지대함 미사일, 공군의 공대함 미사일, 해군의 함대함 미사일 가운데 어떤 무기체계를 더 사들여야 할까. 적 전차를 파괴하기위해 육군의 아파치 헬기, 자주포, 대전차미사일, 공군의 대전차폭탄 가운데 어떤 무기체계를 더 구입해야 하는가.

비슷한 사거리의 표적이나 위협을 무력화하기위해 다양한 무기체계들이 다소 중복적으로 개발되고 도입된다. 물론 무기특성과 전술적 운용 등을 고려해 중첩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같은 거리를 보낼 수 있는 7번 아이언을 브랜드별로 여러 개 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

무기체계는 기본적으로 ‘전장에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라는 전략과 전술을 기본으로 삼아 선택적·집중적으로 개발하거나 도입해야 한다. 백화점식으로 모든 것을 다 갖추려고 하는 것은 효율적인 전쟁방식이 아닌데다 비용 측면에서 곤란하다.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핵심결정을 누가 하는 가이다. 이러한 절차는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고 전문적이고 높은 안목이 필요하기에 결코 쉽지 않다. 같은 군복을 입고 있어도 생각이 다르다보니 같은 부서에 있어도 서로를 구분하게 된다. 전략과 작전부서에서 근무하는 인원들이 최선의 방안을 만들고 지휘관이 승인하면 기본적인 방침이 확정되는데, 대개는 그 직위를 특정 군이 장악하고 있어서 자군에만 유리하도록 결정한다는 의심을 받곤 한다. 

언제인지 모를 적의 침략을 격퇴하고 우리의 영토·영공·영해 그리고 국민들을 지켜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군의 숙명이다. 육·해·공군·해병대는 누가 뭐라해도 ‘같은 국군’이고 ‘전우’이다.

그런데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주변국의 안보환경 등 영향요인을 고려해 어떤 전력을 우선적으로 강화해야 하냐는 문제 앞에선 각자의 입장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전쟁과 전투, 승리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섣불리 ‘밥그릇 싸움'이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비판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30여년 군생활을 주로 언론과 홍보분야에서 근무했다. 전력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안목은 실제 그 업무를 담당한 장교들에게 비할 바가 못된다. 육군본부 공보과와 합참 공보실에서 일하면서 면서 무기체계 및 전력증강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관련부서의 의견을 듣거나 스스로 공부를 했다. 필요한 경우 군의 공식입장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깊은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 과정에서 대놓고 말하진 못했지만 가끔은 비전문가의 관점에서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궁금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적 후방지역에 있는 핵심표적들을 향해 군은 많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적어도 사거리 100㎞ 이상의 미사일들이 지대지·공대지·함대지·잠대지 형태로 개발하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우리 영토와 영공으로 날아오는 적 항공기나 미사일, 장사정포탄에 대한 요격체계도 개발 또는 도입을 추진 중이다.

육·해·공군의 미사일들은 통합 또는 각각 운용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군이 주도권을 갖는 가이다. 얼마전 창설된 육군의 ‘미사일 전략사령부’와 공군의 ‘미사일 방어사령부’도 그런 연장선 상에 있다. 현재 공세적인 미사일 운용은 육군, 방공 미사일의 운용은 공군이 하고 있는데, 육·해·공군의 미사일을 특정 부대로 통합하는 방안에 대한 논란이 있다. 전 세계를 작전지역으로 하는 미군은 환경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육군이 방공 미사일, 공군이 공세적 미사일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국방백서 2020은 우리의 전차, 장갑차, 야포를 약 11,000대, 북한은 약 15,000대로 밝히고 있다. 남북을 합하면 26,000여대이다. 한반도의 지형과 계절적 특성, 기동로 등 여건을 고려했을 때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기계화 및 기동부대의 규모가 과연 적정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예전에는 작전지역이 넓지않았고 화포의 사거리도 길지 않아서 근접지역 전투가 많이 있었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보병들이 착검한 소총으로 백병전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감시장비의 발달로 인하여 먼거리에 있는 적의 움직임을 미리보고 장거리 포와 미사일로 사전에 제압할 수있다. 6.25 전쟁 때와 같은 고지전은 다시 오기 어려울 것 같다. 

드론이나 무인기가 활약하는 우크라이나 전장의 소식을 접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전쟁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이런 시대를 맞아 전쟁과 전투를 대하는 기본적 마인드가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이처럼 변화된 요소가 작전계획에 반영되고, 그런 방향으로 무기체계를 개발하거나 도입해야 한다.

국방력을 강화하려면 직접 전쟁을 수행하는 군인, 그런 군인들을 정책적·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공무원이 상호 공감대를 갖는 것이 절실하다. 특히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적 위협을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각 군이 경쟁적으로 주장하는 소요 및 미묘한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기위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는 것은 결국 무기체계를 운용해야할 군인들의 몫이다. 오로지 적 위협만을 고려하면서 우리 장병과 국민들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냉정한 결정을 해야만 한다. 정치권과 국민들의 기분맞추기를 위한 선택과 결정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강의를 하거나 연설을 할 때 청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도 늘 적의 입장을 주목해야만 한다.   //엄효식 GOTD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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