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5.18 05:00

선승구전(先勝求戰)도 브랜드 파워의 한 측면…헌법 5조 가치 숭고히 지켜나가는 조직으로 인식돼야

엄효식 GOTDA 대표. (사진제공=엄효식 대표)
엄효식 GOTDA 대표. (사진제공=엄효식 대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취임사에서 신선한 세 글자를 발견했다.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여나가겠습니다”는 대목에서다. 브랜드라는 단어가 국방부 장관의 취임사에서 언급된 것은 거의 처음으로 기억한다. 

브랜드는 단순하게 공장에서 생산한 상품이나 상품명, 또는 공공기관의 이름을 칭하는게 아니다. 거기에는 어떤 의미(meaning)가 융합되고, 스토리텔링이 들어가야 하며 고객들이 스스로 깊게 공감해야 한다. 즉 소비자인 고객이 호감과 긍정의 느낌이나 가치의 공감대를 스스로 마음속에 간직하도록 하는 것이 브랜드인 것이다.

특히 기업들에게 브랜드는 절대적이다. 고객들은 성능이 유사한 많은 제품들 가운데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보고 제품 구매를 결심한다. 브랜드가 제자리를 잡아갈수록 기업의 매출은 늘어나지만, 그 반대의 경우 회사는 문을 닫아야한다.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충성도(Royalty)를 갖게되며, 심지어 브랜드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브랜드를 대변하는 수호자가 된다. 군에서 흔히 말하는 선승구전(先勝求戰) 역시 브랜드 파워의 한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쉽게 이길 만한 상황을 만들어 놓은 뒤에 싸운다는 말이 얼마나 달콤하게 들리는가.

브랜드는 하나의 인격으로 의인화가 될 수 있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 언제든 나를 지켜주는 사람, 미래를 기대해도 좋은 사람,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곧 브랜드인 것이다.

기업에서 근무할 때 ‘우리 회사는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50대 후반의 말많고 배 나오고 넥타이 맨 남성 꼰대 같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이런 사람을 과연 누가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우리의 국방과 군은 과연 어떤 사람으로 의인화하여 표현할 수 있을까.

사실 군의 대부분 지휘관이나 고위직에 계신 분들은 국민들에게 국방정책을 많이 알리고, 군의 강력한 대비태세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홍보하는 것을 최상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다보니 연일 넘쳐나는 보도자료와 홍보성 콘텐트들을 활용하여 거대한 물량공세를 진행하곤했다.  

통상 보도자료나 SNS 홍보 등 상당부분은 조직이나 기관이 자신의 입장을 알리고 강조하는 것에 주력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인데 거기까지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는 형편이다. 결국 브랜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고객들과의 관계, 즉 고객의 마음이다.

국방의 고객들은 누구인가. 내부적으로는 국군장병들이고 외부적으로는 국민이다. 우리가 반드시 싸워 이기고 압도해야할 북한군도 고객이다. 각각의 고객들이 어떤 인식과 공감을 갖도록 해야할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브랜드는 자발적인 설득과 충성스러움을 그 특징으로 한다. 브랜드 충성도는 브랜드 자산의 가장 핵심인데, 특정 브랜드에 대해 고객이 갖는 애착의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전제되어야 할 것은 브랜드의 진정성이다. 흔히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가능하다면 ‘브랜드 진정성 제고’라는 표현으로 전환하는게 마땅하다. 

국방이라는 브랜드 역시 고객들과 메시지 등을 통해 늘 진정성 있게 소통해야하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브랜드 파워를 확장시켜야 한다.

브랜드는 지구상에 없던 것을 발명하는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고 한다.

국방이라는 브랜드가 지향해야 할 목적과 가치는 대한민국 헌법 제5조에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국방부를 떠 올릴 때마다 헌법의 가치를 가장 숭고히 인식하며 지켜나가는 조직으로 인식될 때, 국민들은 국방에 대하여 브랜드 충성도를 갖게 될 것이고, 군복 입은 사람들과 군인들의 임우에 대해 존중하고 존경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국방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

첫째, 국방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라는 이름이 단순하게 간판의 이름이나 군을 구분하는 명칭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하나의 브랜드로서 다가서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고객들과의 소통 강화 및 진정성 제고를 위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해야 하고, 필요시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거나 협력해야 한다.

셋째, 단순히 보도자료와 SNS 등 수량과 빈도 등에 너무 민감하지 말고, 자체적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 저널리즘과 콘텐트 개발을 강화해야한다.

넷째, 정례적인 국방 브랜드 인식조사를 실시하고, 그것에 따른 객관적 피드백을 국방부와 각 군이 공유하여 실질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국방과 군이라는 말이나 글자를 듣거나 보기만 하더라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찡한 전율이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튼튼한 국방, 과학기술 강군’이 대한민국 국방의 브랜드 가치로 자리잡아 가길 열렬하게 응원한다. //엄효식 GOTD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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