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2.05.28 00:15
제휴를 맺은 국내 OTT 플랫폼 '티빙'(위)과 글로벌 OTT 플랫폼 '파라마운트플러스'(아래). (사진=티빙, 파라마운트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티빙'(위)과 글로벌 OTT 플랫폼 '파라마운트플러스'(아래). (사진=티빙, 파라마운트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인 '파라마운트플러스'와 'HBO맥스'가 각각 국내 OTT 플랫폼 '티빙', '웨이브'와 손잡고 한국 시장을 우회 공략한다.

업계에서는 직접 진출 시 발생할 수 있는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국내 OTT 플랫폼 입장에서는 글로벌 OTT와 제휴하며 구독자 수 증가, 해외 진출 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 콘텐츠 기업 파라마운트글로벌이 지난해 출시한 OTT 플랫폼 파라마운트플러스가 오는 6월 16일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다. 파라마운트플러스는 국내 OTT 플랫폼인 티빙을 기반으로 국내에 상륙한다.

28일 OTT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다음 달 16일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오픈한다. 티빙의 베이직 요금제 이상 이용자는 추가 요금 지불 없이 파라마운트플러스의 영상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파라마운트+관에는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게임 원작 시리즈 '헤일로'를 포함해 '1883', '옐로 재킷', '슈퍼 펌프드: 우버 전쟁' 등의 콘텐츠가 실린다. 할리우드 영화 배급사인 파라마운트픽처스의 '탑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트랜스포머 시리즈', '대부 시리즈', '포레스트 검프' 등도 공개된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국내 OTT와 협력해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파라마운트플러스가 처음이다. 기존에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가 한국으로 직행한 것과 다른 행보다. 

바이아컴CBS(파라마운트글로벌의 전신)는 지난해 12월 티빙의 모기업인 CJ ENM과 전방위적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 이를 통해 자사 OTT 플랫폼의 한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당시 양측은 티빙에 '파라마운트+ 전용관'을 만들어 파라마운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기로 했다. CJ ENM의 지식재산권(IP)을 기초로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고, 파라마운트+를 통해 해당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콘텐츠 공급과 관련해 협의 중인 '웨이브'(위)와 'HBO'(아래). (사진=웨이브, HBO 홈페이지 캡처)
'웨이브'(위)와 'HBO'(아래). (사진=웨이브, HBO 홈페이지 캡처)

HBO맥스도 파라마운트플러스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HBO맥스는 지난해부터 한국 서비스 출시를 준비했다. IT업계에 따르면 HBO맥스는 국내 OTT인 웨이브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 HBO 콘텐츠뿐만 아니라 HBO맥스의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확대 제공받는 방향으로 이야기 중이다"라고 밝혔다.

두 글로벌 OTT 플랫폼이 국내 OTT와 손을 잡은 이유는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의 부진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마블·픽사·스타워즈 시리즈 등의 인기 콘텐츠로 기대를 모았다.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서비스 초기부터 불편한 유저 인터페이스, 부족한 오리지널 콘텐츠 등으로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애플TV플러스는 역시 지난해 11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국내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파라마운트플러스와 HBO맥스는 한국 OTT와 함께하면서 직접 진출에 따른 실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국내 OTT를 통해 한국 소비자의 특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국내 OTT 입장에서도 글로벌 OTT와의 협력이 기회일 수 있다. 우선 직접적인 경쟁을 피했다는 점이 크다.

모바일인덱스가 지난 16일 발표한 주요 OTT 모바일 월간 실 사용자 수(MAU)에 따르면 지난달 사용자 수에서 웨이브(433만명)와 티빙(386만명)은 넷플릭스(1253만명)에 이어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국내 OTT 중에서는 두 플랫폼의 월간 사용자 수가 가장 많았지만 넷플릭스와의 격차는 크다. 파라마운트플러스와 HBO맥스가 한국 시장에 들어온다면 웨이브와 티빙은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이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웨이브와 티빙에게는 부담이 될 게 뻔했지만 파라마운트플러스와 HBO맥스가 우회로를 택하면서 힘겨운 경쟁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구독자 수도 늘 것으로 보인다. 티빙에 파라마운트+관이 생기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CSI 시리즈'와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리즈', '트랜스포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을 접할 수 있다. 게다가 '대부 시리즈', '타이타닉', '사랑과 영혼', '브레이브 하트', '인터스텔라' 등의 영화도 볼 수 있다. 모두 국내에 팬덤이 있는 작품들이기에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웨이브도 마찬가지다. HBO맥스가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DC를 대표하는 히어로 영화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등이 들어올 수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왕좌의 게임 시리즈', '프렌즈 시리즈', '체르노빌' 등의 콘텐츠도 있기에 국내 팬들의 관심을 끌 확률이 높다.

해외 진출 기회도 열려 있다.

티빙은 CJ ENM의 지식재산권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파라마운트플러스를 통해 세계 시장에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 2월에는 파라마운트글로벌이 이준익 감독의 첫 OTT 작품인 티빙의 '욘더'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파라마운트글로벌은 욘더를 포함해 총 7편의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계획이다.

티빙은 지난해 향후 3년간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티빙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다면 해외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웨이브에게도 기회는 있다. 웨이브는 2025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1조원을 들이기로 했다. 추후 자사의 콘텐츠를 HBO맥스에서 공개하도록 계약을 맺고, 한국을 포함해 세계인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자체 콘텐츠를 만든다면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와 글로벌 OTT의 제휴에 관해 "토종 OTT들은 각자의 오리지널 콘텐츠에 해외 OTT 콘텐츠까지 더해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기존 구독자를 유지할 수 있다"며 "추후에는 국내 OTT들이 해외 OTT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OTT와의 제휴를 통해 직접 진출에 의한 리스크 없이 한국 시장과 고객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다"며 "국내 OTT와 해외 OTT 간의 제휴에서 성공 사례가 나온다면 향후 유통과 제작에서도 제휴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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