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2.05.30 11:29

국제선 회복 속도가 관건…"모처럼 늘어난 수요, 공급 부족에 수요 주는 악순환 경계해야"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스무 살 되자마자 코로나19가 터져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 갔는데, 가까운 일본이 열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름방학에 친구들이랑 놀러 가기로 했어요."

서울 소재 대학교 3학년 서모(22) 씨는 8월만 기다리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할 때 필요한 방역 절차도 간소화되고 국제선도 확대되자, 그는 친구들과 8월 해외여행 계획을 짰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국제선 확대와 해외 여행객의 증가로 수익 개선과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눈덩이 적자 LCC…지난 2년간 코로나에 속수무책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국내 LCC들은 각각▲제주항공(2015년 11월 6일) ▲진에어(2017년 12월 8일) ▲티웨이항공(2018년 8월 1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연이어 상장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국제 항공편이 막히면서 실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반면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은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여객선을 화물기로 전환해 화물운송 사업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대한항공의 2020년 매출액은 7조6105억원에서 2021년 9조168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020년 1073억원에서 2021년 1조418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하지만 화물 운임이 어려운 LCC들은 여객 사업의 축소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LCC 대표 업체인 제주항공의 2019년 매출액은 1조3840억원, 영업손실 329억원이었다. 하지만 2020년에는 매출액 3770억원(전년 대비 72%↓), 영업손실 3358억원(920%↓)으로 추락했고, 지난해에는 매출액 2731억원(27%↓), 영업손실 3172억원(5%↑)이라는 부진을 이어나갔다.

다른 LCC도 마찬가지다. 진에어는 ▲2019년(매출액 9102억원·영업손실 488억원) ▲2020년(매출액 2718억원·영업손실 1847억원) ▲2021년(매출액 2472억원·영업손실 1853억원)으로 집계됐다. 티웨이항공은 ▲2019년(매출액 8104억원·영업손실 192억원) ▲2020년(매출액 2692억원·영업손실 1743억원) ▲2021년(매출액 2144억원·영업손실 1483억원)을 기록했다.

진에어 보잉 777-200ER (사진제공=진에어)
진에어가 국제선에 주로 투입하는 '보잉 777-200ER'. (사진제공=진에어)

◆일본 등 국제선 재개에모처럼 주가 '기지개'

코로나19로 인해 주가도 바닥을 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2018년 6월 한때 4만3672원에 거래됐지만, 코로나19 1차 대유행 시기인 2020년 3월에는 9195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진에어는 같은 기간 2만9792원까지 거래됐던 주가가 4351원까지 떨어졌다. 티웨이항공 역시 2018년 9월 한때 5788원에 거래됐지만, 2020년 3월에는 1054원으로 5분의 1토막이 났다.

하지만 최근 국제선 재개 및 확대로 LCC들의 실적 개선에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국제선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추진하며 총 3단계에 걸쳐 국제선을 정상화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국제선 복원 목표를 50%로 설정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부산~사이판 노선을 시작으로 오는 6월 제주~방콕 전세기를 띄우고, 부산~싱가포르 노선의 운항을 재개한다. 인천~방콕, 마닐라, 세부, 클락 등의 노선은 증편할 계획이다. 진에어는 지난 25일부터 인천~방콕, 코타키나발루를, 다음 달 말에는 부산~다낭, 방콕 노선의 운항을 재개한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28일 인천-싱가포르 노선을 국내 LCC 최초 취항했으며, 인천-다낭, 인천-방콕 노선 운항을 재개하고 승객을 맞이한다.

지난 26일엔 일본 여행도 재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도쿄 내 강연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6월 10일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 2020년 4월, 관광 목적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 지 2년 2개월 만에 다시 허용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투어(단체 관광)만 허용하기로 했다.

해당 소식에 LCC들의 주가도 기지개를 켜며 상승하는 모습이다. 지난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전 거래일 대비 1750원(9.23%) 오른 2만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진에어는 전장 대비 1050원(6.19%) 상승한 1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티웨이항공도 145원(5.74%) 상승한 267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채윤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6일 보고서를 통해 "LCC의 실적 회복에는 국제선 회복이 필수적"이라며 "국제선과 각국 방역 정책의 연관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연한 노선 대응이 가능한 LCC들의 실적 회복 탄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제기되는 우려인 경기침체로 인한 여행 소비심리 위축보다 2년간 이연된 여행에 대한 보복 소비심리가 더 클 것으로 판단한다"며 "결국 최근의 주가 하락은 항공주 재진입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선 확대 속도는 걸림돌이다. 실적 정상화에는 예상보다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일본 여행 재개는 LCC들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면서도 "우리나라의 국제선 회복 속도는 다른 해외에 비해 느린 편이다. 공급이 적으면 항공권 가격이 올라가고, 이 때문에 다시 수요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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