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7.16 07:00

하만 보완할 전장업체? 아니면 인텔과 공동 팹리스 인수…'관심 집중'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지시간 14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유럽 출장 중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CEO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삼성의 인수합병(M&A)은 늘 우리경제의 관심사였습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부터는 그 시기와 대상에 전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됐죠.

현재 삼성전자가 쌓아놓은 현금성 자산만 125조원. 이 돈으로 어떤 회사를 인수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느냐가 업계 안팎의 관심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후 6년째 '빅딜'이 없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대형 M&A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곳곳에서 나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초 CES에서 M&A 가능성을 언급하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고, 지난 5월 말 삼성 호암상 시상식 자리에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유럽 출장을 다녀온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더합니다. 유럽은 삼성전자 M&A 후보군이 대거 몰린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광복절을 맞아 이 부회장이 사면·복권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면서 삼성의 M&A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하만 디지털콕핏이 탑재된 차량 모습.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하만 디지털콕핏이 탑재된 차량 모습.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몸값' 못하는 하만…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수로 시너지 낼까

앞에서 말한 대로 관심의 초점은 '누구를 인수하느냐'입니다. 업계 관계자들과 외신 등은 전장사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을 주요 후보군으로 꼽습니다.

독일 인피니온, 네덜란드 NXP 등 차량용 반도체 시장 1, 2위를 다투는 기업들이 대표적이죠. 이재용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이들 기업과 물밑 접촉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자동차 업계의 급변하는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죠. 일부 중국 언론은 미국 온세미컨덕터를 후보로 제시했는데, 역시 차량용 반도체가 주력인 기업입니다.  

왜 전장일까요? 급성장이 예상되는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전장 사업 시장 규모는 오는 2024년 4000억달러(약 520조원), 2028년 7000억달러(약 910조원)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전기차용 e-파워트레인 등이 매년 두 자릿수대 성장률을 올리며 시장이 급증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하만을 인수하며 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죠. "삼성과 하만은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선도해 완성차 업체에 최고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포부와 함께요. 

그런데 예상보다 하만의 성적표가 좋지 않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하만이 거둔 영업이익은 1조1960억원입니다. 지난해 599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만족스럽진 않죠.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기 위해 투입한 돈만 10조원입니다. 아직 '몸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중론입니다.

삼성과 하만이 유의미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역시 전장사업에서 상호보완할 수 있는 기업들이 M&A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 작업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 작업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아픈 손가락' 팹리스 강화…인텔과 ARM 공동 인수 가능성↑

삼성전자가 '아픈 손가락'인 반도체 설계(팹리스) 부문 강화를 위해 M&A를 추진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팹리스(Fabless)는 공장이 없다는 뜻으로, 반도체 생산을 하지 않는 대신 설계에 '올인'하는 회사를 뜻합니다. 반대로 설계를 하지 않고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만 하는 회사는 파운드리라고 합니다. 삼성전자처럼 설계와 제조, 둘 다 하는 기업은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불립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팹리스 세계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 중 파운드리 시장 세계 2위인 삼성전자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입니다. 삼성전자가 소외된 사이, 전 세계 상위 10위권 팹리스 기업들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44% 증가하는 등 실적 잔치를 벌였습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예고했던 대형 M&A 대상이 영국 팹리스 기업 암(ARM)일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암은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핵심 기술과 특허를 다수 보유한 기업입니다. 전 세계 인구 70%가 암 기술 기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팹리스의 팹리스'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죠. 

만약 삼성전자가 암 인수를 추진한다면, 반독점 규제를 피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컨소시엄 파트너로는 인텔이 거론되는 중입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이전부터 "컨소시엄을 구성해 암을 인수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왔고, 지난 5월 서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거든요. 일부 주요 외신들은 이 자리에서 양사가 암의 공동 인수를 논의한 것 아니냐고 예상했습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 '자국 우선주의'는 변수…반독점 규제 피해야 

다만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현 상황은 삼성전자 M&A의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반도체가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물자로 급부상하며, 반도체 산업을 국내에 묶어두려는 자국 우선주의가 심해지고 있거든요. 반도체 기업 M&A를 추진하려면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에서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반독점 심사 기구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 M&A 후보로 거론한 암 역시 2020년 9월 미국 엔비디아가 암 인수를 강력히 추진하며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관계국 반독점 심사 기구들이 반대해 결국 무산됐습니다. 삼성전자가 인텔과 공동 인수에 나선다고 해도 반독점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확신은 없는 상황입니다. 

2018년 퀄컴이 NXP를 인수하려고 했을 때도 중국이 인수 심사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결국 M&A를 무산시켰죠. 삼성전자의 또 다른 M&A 후보인 인피니온, NXP 등도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