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8.13 10:00

'아픈 손가락' 강화 위해 팹리스 기업 암 인수 거론…차량용반도체 인피니온·NXP도 물망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지시간 14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CEO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권이 확정됐습니다. 오는 15일 광복절 특사 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인데요. 이번 복권을 계기로 이 부회장이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기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돼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8월 가석방돼 수감 상태를 벗어났고, 지난달 29일 형 집행까지 마쳤지만, 엄밀히 말해 자유의 몸은 아니었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른 5년간 취업제한 규정 때문에 여전히 정상적 경영 활동에 나설 수 없었습니다. 아직 별도 기소된 사건이 남아 재판에는 꾸준히 참석해야 하지만, 복권을 통해 취업제한 규정이 사라지면 공식적 경영 복귀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수년간 미뤄왔던 회장 승진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복권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대형 M&A가 드디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관측합니다. 지난 2016년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후 6년째 '빅딜'이 없던 삼성전자. 지난해 초 이례적으로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그 시기와 대상이 단숨에 전 산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죠. 하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약속한 시한의 절반이 지난 현재까지 구체적 실체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이 부회장의 공백'이란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삼성전자가 다방면으로 M&A를 검토해 왔으나, 최종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 탓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재용(오른쪽) 부회장이 피너 베닝크 ASML CEO와 이동 중에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오른쪽) 부회장이 지난 6월 피너 베닝크 ASML CEO와 이동 중에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인수 후보는 상당히 많습니다. 삼성전자가 다양한 산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 중 앞서 인수한 하만과 전장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독일 인피니온, 네덜란드 NXP 등 차량용 반도체 시장 1, 2위를 다투는 기업들이 대표적이죠.  

거금을 들여 인수한 하만의 성적표가 썩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하만이 거둔 영업이익은 1조1960억원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599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만족스럽진 않죠.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기 위해 투입한 돈만 10조원에 달합니다. 

이 부회장도 최근 유럽 출장 직후 자동차 산업 변화를 언급하며 전장 관련 사업 투자 의지를 내비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부회장은 "헝가리 삼성SDI 배터리 공장을 방문하고 고객사인 BMW를 만났다. 자동차 부품 사업을 위해 인수한 하만도 찾았다"며 "자동차 업계의 급변하는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 작업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라인에서 작업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주력인 반도체 사업 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적잖습니다. 주요 외신들도 삼성전자가 예고했던 대형 M&A 대상이 영국 팹리스 기업 암(ARM)일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팹리스(Fabless)는 공장이 없다는 뜻으로, 반도체 생산을 하지 않는 대신 설계에 '올인'하는 회사를 뜻합니다. 암은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핵심 기술과 특허를 다수 보유한 기업입니다. 전 세계 인구 70%가 암 기술 기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팹리스의 팹리스'란 별명이 붙었을 정도죠. 

반도체 강자로 일컬어지는 삼성전자이지만 팹리스 세계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 중 파운드리 시장 세계 2위인 삼성전자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성적표입니다. 삼성전자가 '아픈 손가락' 팹리스 부문 강화를 위해 M&A를 추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입니다. 

최근 삼성을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잇따라 나옵니다. '삼성 위기론'은 늘 있었지만, 경쟁사·외신·내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울리는 경고음은 자못 심상치 않습니다. 약속한 3년의 절반이 흘렀습니다. 어떤 회사를 인수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위기론'으로 끝날지, '위기'가 될지 결정되겠죠. 삼성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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