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08.28 20:11

고민정 최고위원 빼면 모두 친명계…친문세력, 이 대표 기소될 경우 반전 계기 삼을 듯

이재명 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이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사진=델리민주 캡처)
이재명 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이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사진=델리민주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이재명 의원이 28일 민주당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민주당은 그야말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급속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선출된 최고위원들도 거의 4명의 최고위원이 친이재명계로 분류되고 고민정 최고위원조차도 '절반의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물이어서 사실상 민주당의 신임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은 이재명계가 장악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 3·9 대선 직전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때부터 민주당 세력 균형의 무게중심이 '친이재명계'로 기울기 시작한데 이어 이번 8·28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친이재명계'가 확실한 당내 주류세력으로 명실상부하게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한마디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의 체제 전환 준비를 마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28일 종료된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 이 대표는 민주당 계열의 정당 사상 최고 득표율인 77.77%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현실적으로 입증했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 스스로의 평가대로 '변방의 북소리'에 불과했던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치며 착실히 대권가도를 밟아왔지만 그동안 민주당내에서는 당내 비주류로서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후일을 도모해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등이 형성돼 이들의 강력한 지원을 받게 됐다. 게다가, 당내의 굵직한 중진 의원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지 못해 '결국, 이재명 외에는 당권을 맡길만한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현실론이 대세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접수하기에 이른 것으로 읽혀진다. 

이 대표가 그동안 공들여온 온라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강성 당원들의 절대적 지지가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게다가 이 대표는 꾸준히 자신을 지지하는 권리당원의 숫자를 늘려오는데 주력한 것도 한 몫 했다. 실제로 80만명 정도에 그쳤던 권리당원의 규모가 대선을 거치며 110만명 가까이 치솟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이재명 지지자'로 분석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낙마로 이에 실망해 당을 떠난 친문 성향 당원들의 공간을 대거 친이재명계 당원들이 메우면서 급격히 당내 구도가 기울었던 것도 '이재명 대표 탄생'의 밑바탕이 됐다는 지적이다. 

민주당내의 인적 구성이 '친이재명계'가 대세를 이루게되면서 이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바로 그 효과를 드러냈다. 

최고위에 입성한 5명의 득표율을 보면, 정청래·고민정·박찬대·서영교·장경태 의원 순이었다. 이들 가운데 고 최고위원 빼고는 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친이재명계에서 제외되는 고민정 의원 조차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라서 그동안 친문 인사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고 최고위원은 절반은 친문, 또 나머지 절반은 친이재명계 '반반'으로 분류될 정도였기 때문에 사실상 '친이재명계'로 분류하더라도 별로 이상할 게 없는 인물이라는 시각이 적잖다. 

최고위는 이들 5인과 당 대표, 원내대표, 당 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2명 등 9명으로 구성되는 만큼 최고위도 친이재명계가 독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박원순계 핵심이었던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신(新)이재명계로 분류되므로 더욱더 그렇다. 따지고 보면 '친이재명계의 싹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로 해석된다.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민주당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5명의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델리민주 캡처)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민주당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재명(왼쪽 두 번째) 대표와 박용진(왼쪽 세 번째) 당대표 후보 및 고민정(왼쪽 첫 번째) 최고위원, 정청래(오른쪽 두 번째) 최고위원 및 송갑석 최고위원 후보자가 꽃다발을 받고 다소 경직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델리민주 캡처)

이런 가운데, '민주당 메인스트림'을 자부했던 친문의 몰락은 예견된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 많다. 당 대표 후보를 내지 못했던 친문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만큼은 비이재명계 인사를 1명이라도 당선시키려 했으나 이마저도 이루지 못했다.

윤영찬 후보가 호남 경선 이후 후보직에서 사퇴, 사실상 송갑석 후보와 단일화를 한 것은 '친문의 마지막 숨쉬기 운동'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대선 경선은 물론 최근 2차례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친문세력이 연패한 것을 두고는 친문의 중심을 잡아줄 마땅한 구심점이 실종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작년 4·7 재보선 참패 후 치러진 임시전당대회에서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이 송영길 전 대표에 패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홍 의원은 당시만 해도 친문 성향이었던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승리했지만, 대의원·당원 투표에서 밀리며 고배를 마셨다. 여기에 지난 8·15 특별사면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결국 포함되지 않으면서 김 전 지사를 새로운 구심점으로 활기를 모색하려던 친문 그룹 일각의 모색도 사실상 좌절됐다. 

친문 홍영표·전해철 의원 등이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란히 불출마 선언을 한 것도 어차피 '이재명 대세론'을 꺾기 힘들다는 판세 분석 때문이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었다.

수도권의 한 친문 의원은 "직전 대선후보가 나오는 마당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며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그룹 주자들을 후방에서 도우면서 '이재명 대항마'로 삼으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친문세력에게는 마지막 반전의 기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표가 구속기소되거나 불구속기소될 경우 친이재명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구속기소될 경우에는 민주당이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에는 수면하에서 숨죽이고 있던 친문계가  다시 세력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고조되며 본격적인 파워게임이 거세게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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