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2.08.30 15:41
국내 OTT 업계는 2020년부터 콘텐츠 '자율등급제' 시행을 주장해왔다. 사진은 대표적인 국내 OTT 플랫폼 '웨이브'(왼쪽)와 '티빙'의 로고. (사진=구글플레이·티빙 홈페이지 캡처)
국내 OTT 업계는 2020년부터 콘텐츠 '자율등급제' 시행을 주장해왔다. 국내 OTT 플랫폼 '웨이브'(왼쪽)와 '티빙'의 로고. (사진=구글플레이·티빙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지난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자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콘텐츠의 등급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허용하는 '자율등급분류제' 도입을 포함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한 OTT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콘텐츠의 등급을 분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체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영비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친 후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에 정식 시행된다. 국내 OTT 업계에서는 법사위 심사와 국회 본회의 의결 과정이 오는 9월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등급제는 지난 2020년부터 국내 OTT 업계가 요구해온 숙원이었다. 그동안 국내 OTT 업계의 콘텐츠는 영등위의 등급분류사전심의를 거쳐야 했다. 문제는 OTT의 성장으로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영등위의 심의 대상이 증가해 콘텐츠 공개가 늦어지는 반면 해외 OTT 플랫폼은 영등위의 심의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에 업계와 미디어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고, 자율등급제는 최종 관문만 넘으면 되는 상황까지 왔다.

아직 자율등급제 시행까지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지만 업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국내 OTT 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오는 과정이 늦게 이뤄져 아쉽다"면서도 "정부가 업계의 고충을 이해해 제도 개선에 나선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행령 개정 등의 후속 절차가 원활히 이뤄져 자율등급제가 하루 빨리 시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종사자도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다. 그는 기자에게 "국회가 OTT 산업 발전과 K-콘텐츠 유통 활로 개척을 위한 정책 개선에 나선 데 기쁘다"며 "자율등급제가 초기에 자리 잡아 실효성을 내려면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율등급제 시행에 따른 효과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자율등급제 실현으로 국내 OTT 콘텐츠도 방송 프로그램처럼 공개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며 "이 덕분에 불필요한 행정력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율등급제가 이뤄지면 그동안의 불편사항이 개선되고, 창작자와 제작자의 콘텐츠 제작 욕구를 자극해 더 좋은 작품이 늘어날 것"이라 덧붙였다.

개정안에 대한 아쉬움도 존재했다.

영비법 개정안에 의하면 문체부 장관이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한 OTT 사업자만 콘텐츠의 등급 분류를 자체적으로 할 수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지정제'로 시행될 것임을 의미한다. 비록 3년간 지정제를 시행해 보고 문제가 없다면 '신고제'로 전환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그동안 신고제를 요구해온 업계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OTT 업계는 지정제보다 규제 강도가 약한 신고제를 주장해왔다"며 "OTT 플랫폼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공개하더라도 심의 제도를 통해 사후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제도가 지정제로 시작하지만, 지속적인 논의 과정을 거치며 신고제로 전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른 업계 종사자도 기자에게 "그간 업계가 원했던 신고제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아쉽다"며 "지정제가 OTT 업계와 콘텐츠에 관한 또 하나의 규제가 되지 않도록 정부 당국의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자율등급제가 문체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OTT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도 업계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달 21일 기획재정부는 세제발전심의회를 열고 '2022 세제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의 세액공제 대상에는 OTT 콘텐츠 제작비도 포함됐다. 공제율은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다. 세액공제는 오는 2023년 1월 1일 이후 지출하는 비용부터 적용된다.

OTT 업계와 일부 미디어 전문가는 국내 세액공제 비율이 해외에 비해 작다며 공제율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영상 콘텐츠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25~35%이며, 프랑스는 30%다. 호주는 16~40%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국내 세액공제 대상이 제작비에 한정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OTT 플랫폼 사업자가 외주 업체에 제작을 맡기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현행 제도는 제작비에 대해서만 세액공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OTT 사업자에게는 혜택이 없다"며 "OTT 콘텐츠 투자의 주체가 플랫폼 사업자인 만큼 이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액공제율도 OTT·미디어업계가 주장해온 바와 같이 해외 사례를 참고해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종사자는 "K-콘텐츠의 높아진 영향력과 위상을 고려하면 국내 세액공제율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지적하며 "K-콘텐츠 활성화 및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공제율 조정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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