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10.10 07:00

비싼 가격·반독점 우려·환율 상승에 ARM 인수 불투명…인피니온, NXP 대안 후보 거론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뉴스웍스 DB)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삼성전자 대형 인수합병(M&A)의 향방이 다시 오리무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회담에서 ARM(암) 인수와 관련된 구체적 방안은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ARM 인수 가능성은 남았다'는 의견과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견해가 상존하는 상태다. 삼성전자가 대형 M&A를 예고했던 3년이 절반도 남지 않은 만큼, ARM이 아닌 다른 인수 후보군도 서서히 거론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만났다. 이날 회동에서 양측은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 자회사 ARM의 포괄적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서 예상한 ARM 인수, 지분 매각 등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RM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의 팹리스'로 불리는 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핵심 기술과 특허를 다수 보유했다. 삼성전자의 약점을 매울 수 있는 매물이기에, 주요 M&A 후보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이번 만남에서 ARM 인수 관련 논의가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구체적 논의가 없었다는 소식에 부정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600억달러(약 85조200억원)에 달하는 부담스러운 몸값, 승인을 장담할 수 없는 각국 규제 당국의 반독점 심사,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커진 대규모 외화투자에 대한 부담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아직 M&A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양사 협력 의지를 확인했으니, 구체적 내용은 시간을 두고 가시화될 것이란 견해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전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ARM 인수에 대한 질문에 "보안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M&A가 활성화돼야 서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하만 디지털콕핏이 탑재된 차량 모습.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하만 디지털콕핏이 탑재된 차량 모습.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ARM 인수가 암초를 만났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다른 유력한 인수 후보군들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예고한 '의미 있는 M&A'를 진행할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2020년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3년 내 의미있는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과 외신 등은 전장사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을 주요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독일 인피니온, 네덜란드 NXP 등 차량용 반도체 시장 1, 2위를 다투는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해당 기업들이 M&A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전장 사업이 급성장이 예상되는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세계 전장 시장 규모가 2024년 4000억달러(약 520조원), 2028년에는 7000억달러(약 91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인수한 전장기업 하만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이 M&A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당시 삼성전자는 약 10조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했지만, 예상보다 아쉬운 실적을 보이며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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