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10.16 13:00

10년째 부회장 직함 유지…5대 그룹 총수 중 유일

이재용(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고한승(왼쪽 첫 번째)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존 림(왼쪽 세 번째)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최성안(왼쪽 네 번째)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함께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지난 11일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이재용(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최근 '뉴삼성'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고, 그 첫걸음이 미뤘던 회장 취임일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이 있는 11월이나 정기 사장단인사가 있는 12월이 유력한 시기로 거론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찾아 위원들과 1시간 가량 면담했다. 이 부회장이 준법위를 공식적으로 찾은 건 지난해 1월 이후 약 1년 9개월 만이다. 특히 지난 2월 출범한 2기 준법위와는 이날 처음 만났다.  

자세한 면담 내용은 공개되진 않았지만, 지배구조 개선 방안과 이를 위한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이 "2020년 대국민발표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은 물론, 위원회의 활동 방향인 준법경영 및 ESG경영에 적극 동참할 것이며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이해 관계자와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면담이 회장 취임 전 사전 인사를 겸한 자리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조만간 미뤘던 회장 승진과 함께 '뉴삼성'의 본격적인 출범을 알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부회장 자리에 오른 뒤 10년째 현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 5대 그룹 총수 중 직함이 부회장인 것은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최근 이 부회장의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광폭 행보 역시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이 부회장은 8·15 광복절 복권 이후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연구개발 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 삼성생명 등 그룹 주요 계열사를 연달아 방문했다. 추석 연휴 기간에는 해외 출장길에 올라 멕시코, 파나마, 영국 등의 현지 사업장을 살폈다. 이 기간 빌 게이츠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거물들과의 만남도 가졌다. 

최근에는 뉴삼성 전략의 핵심으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한 바이오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뉴삼성 도약을 위해 필요한 성장동력 중 하나로 바이오를 꼽았으며, 이후 삼성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바이오 사업을 회사의 차세대 동력으로 거론하며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시점이 올해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회장 취임을 더 미룰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달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 19일 이병철 선대회장 35주기, 12월 정기 사장단 인사 시즌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 중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평가받는 것이 삼성전자 창립기념일과 사장단 인사 시즌이다. 

우선 선대 회장들의 기일은 부적절한 시기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회장 승진이라는 경사를 굳이 기일에 치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 때문에 이건희 회장 2주기에 회장 승진 대신 '신경영'에 준하는 특별 메시지를 공개하고, 창립기념일에 회장 자리에 오를 것이란 시나리오가 힘을 받고 있다. 

창립기념일 대신 오는 12월 사장단 인사 시즌에 맞춰 회장에 취임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사장단 인사 시즌에 맞추거나 그보다 며칠 앞선 시점에 이 부회장의 승진을 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회장 체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릴 것이란 견해다.

지배구조 개선이 삼성의 당면 과제로 지적되는 만큼, 그룹 정식 인사 시스템과 연계된 인사임을 보여줘 바람직한 모양새를 연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같은 이유로 만약 올해 회장 승진 시점을 놓치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 승진과 사내이사 선임을 함께 진행할 것이란 예상도 존재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회장 취임을 고사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법 리스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재용 체제'가 확고히 구축된 상황에서 구태여 회장 승진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도 이유다. 이 부회장 역시 스스로 승진보다 경영 성과가 먼저라는 의중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1일 출장 귀국길에서 이 부회장은 회장 승진 관련 질문을 받고 "회사가 잘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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