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수원) 전다윗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소수의 인원만 참여했던 지난해와 달리, 유족과 삼성 전·현직 경영진 등 300여 명이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고인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김승연 한화 회장도 세 아들과 함께 추모식에 참석했다. 다만 예상과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별한 메시지는 없었다. 

이 회장의 2주기 추모식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에 위치한 가족 선영에서 열렸다. 조용히 진행하고 싶다는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추모식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현장 분위기는 엄숙했다. 수십명의 취재진과 간간이 지나가는 차량, 이를 통제하는 에스원 직원들만이 눈에 띄었다. 

오전 9시 10분께부터 삼성 현직 사장단 60명을 태운 검정 밴 6대가 순차적으로 선영 내부로 들어갔다. 협소한 장소 특성을 고려해 계열사별로 차를 나눠 타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약 30분 동안 참배를 마친 뒤 9시 40분께 선영을 떠났다. 

이 부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 유족들은 10시 47분께 선영에 도착했다. 이들은 40분가량 선영에 머물며 고인을 기렸다. 

유족들이 방문한 시간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와 함께 추모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유족들보다 늦게 선영에 방문해 일찍 자리를 떴다. 김 회장은 생전 이 회장과 가깝게 지낸 사이다. 지난 2020년 이 회장이 별세했을 때도 김 회장은 조문을 마친 뒤 "오늘은 가장 슬픈 날이다. (이 회장은) 친형님 같이 모시던 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부사장들과 전직 사장단은 이 부회장이 추모를 마친 오후부터 순차적으로 방문해 참배할 예정이다. 이 회장 생전 마지막을 지켰던 의료진도 이곳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에 따르면 이날 추모식에 참석하는 인원은 300여 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조촐하게 치러진 1주기와 달리 방문객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추모식에 참석한 이 부회장과 현직 사장단 60명은 용인시 소재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이동해 이건희 회장 2주기 추모 영상을 시청하고 오찬을 함께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취재진 앞에 서지 않고 선영을 떠났다. 앞서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날 고인의 유지를 이을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선친의 2주기인 점을 고려해 오롯이 추모에 집중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한편, 이 회장은 2020년 10월 2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14년 5월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6년 5개월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삼성은 이날 별도의 공식 행사는 열지 않았지만, 사내 블로그에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하며 고인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