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10.22 08:30

"11월 1일 창립기념일 앞두고 결정 가능" vs "리더십 강화 효과보다 경영 책임·사법 위험 더 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 행사장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과 악수를 나누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 행사장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과 악수를 나누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재계의 시선이 오는 27일에 쏠려있습니다. 삼성전자 정기 이사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3분기(7~9월) 실적을 보고하고, 회사의 각종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재계 순위 1위 삼성전자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관심거리지만, 이번엔 주목도가 남다릅니다. 삼성전자 창립 기념일(11월 1일) 직전이기 때문인데요. 이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취임 시기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점입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4명 총 9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주주총회 소집과 이에 제출할 의안, 경영·재무 등에 관한 사항, 대표이사 선정, 이사회 의장 선임 등 다양한 안건을 논의·의결합니다. 회장 승진 인사도 이사회가 결정합니다. 창립기념일에 맞춰 회장 승진을 단행하거나, 늦어도 연내 회장 자리에 오르려면 이번 이사회에서 관련 사안을 의결해야 합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연내 회장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부회장 자리에 오른 뒤 10년째 현 직함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현재 국내 5대 그룹 총수 중 직함이 부회장인 것은 이 부회장이 유일합니다. 이번 기회에 '10년째 부회장'이란 꼬리표를 뗄 거란 관측입니다. 이 부회장이 최근 복권 후 현장 경영 행보가 잦아지면서 이러한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습니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오랜 시간 총수 공백을 겪었기 때문이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통해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확보하고, 책임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민감한 이슈인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문제도 다뤄질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삼성은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 여파로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폐지한 바 있죠. 현재는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 금융경쟁력제고TF, EPC경쟁력강화TF 등이 각 사업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투자와 그룹 중장기 전략 수립 등을 위해 그룹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삼성이 '제2의 신경영'을 발표하며 미전실이 부활할 것이라는 내용의 지라시도 돌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라시가 돈 것 역시 삼성 내부의 기류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합니다. 

이재용(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고한승(왼쪽 첫 번째)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존 림(왼쪽 세 번째)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최성안(왼쪽 네 번째)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함께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왼쪽 두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1일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고한승(왼쪽 첫 번째)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존 림(왼쪽 세 번째)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최성안(왼쪽 네 번째)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함께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다만 무성한 소문과 달리 별다른 일 없이 이사회가 지나갈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습니다. 회장 승진과 컨트롤타워 부활 모두 리스크가 상당한 문제이기 때문인데요. 

이 부회장은 최근 복권되긴 했지만 아직 사법 리스크가 남았습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 등을 아직 받는 중입니다. 이 부회장이 회장 승진을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지난 2017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 스스로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마지막 회장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습니다. 

각종 경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죠. 이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 회사 실적과 주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국정감사 증인 채택 1순위로 지목될 가능성은 지금보다 더 커지겠죠. 일례로 당장 내년 삼성 실적은 올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요.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면 취임 초기 1년의 경영 성적표가 좋지 않을 것이고, 대외적으로 경영 능력에 대한 혹독한 평가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회장 승진으로 인한 기대 효과보다 책임에 대한 무게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컨트롤타워 부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미전실은 총수 직속 컨트롤타워 조직으로,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정경유착의 연결고리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미전실에 대한 대외 이미지가 좋지 않은 만큼, 그룹 컨트롤타워가 부활한다면 과거로 회귀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결국 컨트롤타워를 부활시키려면 과거 미전실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을 수 있는, 보완·개선책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삼성전자 이사회 안건은 아직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삼성 내부에서 관련 사안을 두고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 무엇일지, 그 결론들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재등판한 이 부회장이 그려갈 '뉴삼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오는 27일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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