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2.10.31 13:00
쉐그렌 증후군의 발병 원리 모식도. (사진제공=한국과학기술원)
쉐그렌 증후군의 발병 원리 모식도. (사진제공=한국과학기술원)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국내 연구진이 희귀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인 '쉐그렌 증후군'의 주요 인자를 찾는 데 성공했다.

31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김유식·임성갑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와 이윤종 분당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차승희 플로리다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쉐그렌 증후군에서 비정상적 면역 활성을 유발해 외분비샘 조직을 망가뜨리는 물질로 '미토콘드리아 이중나선 RNA(mt-dsRNA)'를 발견했다.

원인불명의 만성 전신 염증 질환인 쉐그렌 증후군은 눈물샘과 침샘 등의 외분비샘에서 주로 일어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안구·구강건조증 등의 외분비샘 기능 저하가 가장 흔한 증상이지만, 장기에도 침범하며 악성 림프종 합병증을 수반한다. 주로 중년 여성이 겪으며 환자 중 3분의 1은 림프종, 관절염, 간 손상, 기관지염 증상을 보인다. 

연구팀은 쉐그렌 증후군 환자를 관찰해 발견한 면역 활성의 특징과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등을 고려해 mt-dsRNA가 질환 발병에서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쉐그렌 증후군 환자의 눈물과 타액을 분석했고, mt-dsRNA의 과발현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환자의 일차 세포와 쉐그렌 증후군 모델 생쥐의 손상된 침샘에서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mt-dsRNA의 기능을 분석하기 위해 세포 실험을 진행했다. 타액선 세포주의 3차원 스페로이드 배양 시스템을 구축해 더 정확한 질병 환경을 모사했다. 그 결과, mt-dsRNA이 면역 활성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증가하며, 이것이 면역 활성의 촉진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mt-dsRNA의 발현을 억제하면 면역 활성이 감소하는 점도 확인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쉐그렌 증후군 환자의 증상 완화에 쓰이는 필로카핀의 치료 메커니즘에서 mt-dsRNA의 기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M3R 수용체 작용제인 아세틸콜린이 mt-dsRNA 조절을 통해 면역 활성을 억제하고, 쉐그렌 증후군 환자로부터 추출한 자가항체가 아세틸콜린을 억제해 과도한 면역 활성을 유발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필로카핀이 아세틸콜린을 모방하는 M3R 작용제임을 고려하면, 연구팀은 약물의 효과를 알 수 있는 마커로서 mt-dsRNA의 기능성을 검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mt-dsRNA라는 쉐그렌 증후군 증상조절인자를 최초로 발견해 비침습성 조기 진단법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유식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연구를 통해 난치병으로 인식되고 있는 쉐그렌 증후군에서 mt-dsRNA라는 새로운 병인을 제시했다"며 "mt-dsRNA 발현량 조절을 통한 면역 과활성화의 완화 효과를 고려하면 쉐그렌 증후군 외 기타 자가면역질환에서도 mt-dsRNA를 새로운 생태병리학적 마커로 활용해 진단 및 치료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테라피 뉴클레익 에시드'에 지난 9월 27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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