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2.11.09 17:46
벌개미취 (사진제공=IBS)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우리 자생식물인 벌개미취(고려쑥부쟁이)와 더덕의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생명과학 연구클러스터 소장 연구팀은 벌개미취에 함유된 '아스터사포닌 I'과 더덕에 함유된 '란세마사이드 A'사포닌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세포 내 침입 경로인 세포막 융합을 막아 감염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규명했다. 

9일 IBS에 따르면 벌개미취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식물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한반도 고유식물이다. 더덕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다년생덩굴식물로서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에서 자라고 있으며, 도라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산채류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입자는 엔도좀이나 세포표면 형질막과 융합한 형태로 인체세포 내로 들어오게 된다. 

이 두 경로는 공통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외피막과 인체세포 세포막 사이의 '막 융합'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치게 된다. 연구진은 아스터사포닌 I과 란세마사이드 A가 코로나바이러스와 인체세포간 막 융합을 막아 코로나바이러스 세포 내 감염경로를 모두 차단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진은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을 표면에 발현한 슈도바이러스와 인간 폐세포를 이용하여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모델을 만들고, 아스터사포닌 I과 란세마사이드 A를 처리하여 바이러스 세포 침임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두 사포닌 모두 약물의 생물학적 기능 억제 효능을 나타내는 IC50값이 2μM(마이크로몰) 수준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세포 진입 경로를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살아있는 감염성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확인했다.

아스터사포닌 I과 란세마사이드 A는 중앙골격구조가 세포막의 주요구성물질인 콜레스테롤과 매우 유사하고 한쪽에 길게 당이 붙어 있는 구조다. 

세포막이 콜레스테롤과 유사한 이들 사포닌의 중앙부를 세포막 안으로 받아들이고 한쪽에 길게 붙어있는 당 부위가 세포막 밖으로 돌출되면, 이 돌출된 부분이 코로나바이러스 외피막과의 막융합을 가로막는 것이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항바이러스 연구' 10월 온라인판 및 '항균제 및 화학요법'11월 온라인판에 각각 게재됐다. 

이창준 소장은 "벌개미취, 더덕, 도라지에 포함된 트라이터페노이드 사포닌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품 및 생약의 주요성분으로, 섭취 시 상기도의 상피세포에 고농도로 노출될 수 있어 무증상환자나 초기 환자에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세포실험 단계의 연구결과이지만 동물실험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임상실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왼쪽부터) 소장, 장대식 교수, 김승택 연구팀장, 김태영 선임연구원 (사진제공=IBS)
이창준(왼쪽부터) 소장, 장대식 교수, 김승택 연구팀장, 김태영 선임연구원 (사진제공=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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