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2.11.29 12:30
8극 전자석의 크기를 바꿀 때 나타나는 빔 진행 방향 위상공간의 비선형성제어실험 결과. (사진제공=울산과학기술원)
8극 전자석의 크기를 바꿀 때 나타나는 빔 진행 방향 위상공간의 비선형성제어실험 결과. (사진제공=울산과학기술원)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정모세 물리학과 교수팀이 기존 기술을 넘어서는 새로운 '입자 빔 위상공간제어기술'을 실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실증실험은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웨이크필드 가속기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가속기는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나 양성자, 이온 등의 전하를 지닌 입자에 빠른 속도(가속)와 에너지를 공급하는 장치다. 가속기에서 빨라진 입자들은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며 빔을 만든다. 과학자들은 빔이 물질에 부딪히며 나타나는 효과를 이용하거나, 빔이 휨자석을 지나면서 내는 방사광을 사용한다. 자연계의 물리법칙이나 물질의 구조 등을 밝히고, 신약 개발이나 난치암 치료에도 사용한다.

차세대 가속기는 기존 가속기보다 작은 크기로 더 높은 성능을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빔의 위상공간 위상공간을 정교하게 제어해야 한다. 현재 빔의 횡단면 방향을 향한 위상공간제어는 자석을 이용하면 할 수 있지만, 빔의 진행 방향으로 위상공간을 제어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에서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의 빔 위상공간제어방법을 개발, 실증에도 성공했다. 빔의 횡단면 방향 위상공간과 빔 진행 방향의 위상공간을 서로 바꾸는 '이미턴스 교환'에 바탕을 둔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빔 진행 방향으로의 빔 분포를 횡단면 방향으로 먼저 바꾼 후 자석을 이용해 형상을 제어하고, 이를 다시 원래의 빔 진행 방향 분포로 되돌리는 것이다. 

실증실험은 석지민 연구원과 하광희 미국 노던 일리노이대 교수의 주도 아래 이뤄졌다. 이들은 아르곤 웨이크필드 가속기 시설에 '이중 이미턴스 교환 빔 라인'을 구축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빔 라인을 최적화했고, 실험에 수반되는 다양한 오차와 한계 요소를 분석했다. 비선형성 제어를 위해 8극 전자석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설치했다.

정모세 교수는 "빔 진행 방향으로의 위상공간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게 되면, 소형 차세대 가속기의 실용화가 가능해진다"며 "불가능했던 다양한 물리학적 연구를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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