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2.11.29 18:25

윤 대통령 "법치주의·민주주의 위태로운 상황서 어떤 성장·번영도 없어"
화물연대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일 하라는 건 잘못…정부 약속 어겨 파업 돌입"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이 29일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업무개시 명령에 항의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이 29일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업무개시 명령에 항의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정부가 29일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자 화물연대가 전국 곳곳에서 삭발투쟁으로 맞서면서 양측이 '강대강'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국무회의 이후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일상을 볼모로 잡는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민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이 많은 불편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어떤 경우라도 법과 원칙을 노사 관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노사 문제에 있어 당장 타협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면 또다른 불법 파업을 유발하게 된다"며 "노사관계가 평화롭게 해결되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계속해서 "집단 운송거부를 빨리 수습하고 현장에 복귀한다면 정부가 화물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들의 어려운 점을 잘 살펴 풀어줄 수 있겠지만 명분 없는 요구를 계속한다면 정부도 모든 방안을 강구해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더불어 "법을 지키지 않으면 법을 지킬 때보다 훨씬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법치주의가 확립된다"며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어떠한 성장과 번영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과 이광재 서울경기본부장은 이날 오후 2시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업무개시 명령에 항의하며 삭발했다.

이 위원장은 "업무개시명령은 반헌법적 조치로 법과 원칙을 내세운 정부가 스스로의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한 것은 노동자에 대한 강제 노동을 명령한 것"이라며 "노동자들은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화물연대는 경제를 볼모로 잡지 않았다"며 "정부가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이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경제를 볼모로 잡고 진짜 대한민국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 정권"이라고 성토했다.

이광재 본부장도 "정부는 20년간 화물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더니 이제는 노동자들에게 내리는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다"며 "정부의 명령에도 조합원들은 끝까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화물연대가 강경투쟁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오후 충북 단양군 한일시멘트 앞에서 박재석 화물연대 중앙본부 사무처장과 양승무 화물연대 충북지역본부장 직무대행은 삭발투쟁을 벌였다.

삭발식 직후 어명소 국토부 2차관이 현장을 찾아 화물연대 노조원들에게 업무개시명령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화물연대는 이를 거부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은 불법이자 위헌"이라며 "운송료가 맞지 않고, 일이 힘들어 쉬는 사람들에게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일을 하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대전 문평동 대덕우체국 앞에서도 화물연대의 삭발식이 열렸다.

김경선 화물연대 대전본부장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항의하는 삭발을 했고, 노동자 100여명은 지속적인 총파업 의지를 드러냈다.

김 본부장은 "생계 수단인 면허증까지 정지하고 취소하겠다고 하는 정부가 제대로 된 정부인가"라며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겁박과 적대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30일 '화물연대 투쟁 승리 민주노총대전본부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충남 당진군 현대제철 앞에서도 5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업무개시명령 반대 집회'가 열리는 등 5개 시군에서 '안전운임제 연장·확대 지역별 거점투쟁'이 열렸다. 

부산 신항과 북항에서도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삭발식과 행진을 벌였다.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 160여명은 이날 부산 신항삼거리와 선원회관에서 집회를 열고 업무개시명령 철회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행진을 벌였다. 또 180여명은 부산항 북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모여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화물연대 대구경북지부 조합원 35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남구미IC에서 업무개시명령에 항의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같은 시각 화물연대 포항지부 조합원 600여명도 포항 남구 글로비스 사거리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의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파업의 책임을 노동자에 돌리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김동수 대경지부장과 이기출 포항지부장 등 7명이 삭발했다.

제주항 6부두 입구에서도 노동자 200여명이 삭발식을 하고 총파업을 지속을 결의했다. 이들은 시멘트 운송 차량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할 예정이다. 또 업무이행명령에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업무개시 명령을 송달받은 운수종사자를 중심으로 법정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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