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2.26 12:00

상황 반전시킬 기업활력 저하…"재고자산 쌓여가고 회전율도 낮아"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뉴스웍스=고지혜 인턴기자] 올해 국내 기업의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이 부실해 코로나19 대확산 때보다 경영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3분기까지 재무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매출·총자산 등 성장성은 개선됐지만, 매출액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수익성·안정성·활동성은 일제히 하락했다. 

보고서는 최근 한국평가데이터와 함께 1612개 상장사(대기업 160개, 중견기업 778개, 중소기업 674개)를 대상으로 성장성·수익성·안정성·활동성 등 4분야로 나눠 분석했다.

조사 기업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14.0%) 같은 기간보다 19.0% 증가했지만, 성장 속도는 둔화세를 보였다. 지난해 2분기에서 3분기를 거치며 매출액 증가율이 0.5%포인트 상승했지만, 올해는 2.3%포인트 감소했다. 기업 규모별 매출액 증가율은 대기업 17.8%, 중견기업 23.4%, 중소기업 10.2%를 기록했지만, 성장 속도는 전 분기 대비 대기업 2.8%포인트, 중견기업 0.6%포인트, 중소기업 2.0%포인트가 각각 줄었다.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총자산이 전 분기보다 2.8% 증가하는 동안 총부채는 4.4% 늘어났다. 조사 대상 기업의 합산 총자산은 39조원이 증가한 반면, 총부채는 40조원 증가해 부채증가액이 자산증가액을 앞질렀다. 이에 대한상의는 '빚으로 쌓아 올린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53.5%를 기록한 영업이익 증감률은 올해 –7.2%로 내려앉았다. 특히 대기업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대기업은 58.3% 성장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12.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가운데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은 지난해보다 22.3% 증가했다. 대한상의는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 비용)은 10.6배에서 8.0배로 급락했다.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도 하락해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차입의 증가로 전체기업의 3분기 누적 부채비율(81.4%)과 차입금의존도(19.4%)가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7.2%, 0.5% 증가했다. 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총자본)도 2.3%포인트 떨어진 55.1%를 기록했다. 특히 자기자본 대비 기업부채의 크기를 의미하는 부채비율은 코로나 발생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한상의는 "공급망 훼손, 고금리, 고유가·에너지 등의 고비용 복합위기가 내년에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나빠진 상황을 반전시킬 기업의 활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재고자산이 많이 늘어난 것이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3분기 말 기준으로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1%, 2021년 6.6%에서 올해 8.0%로 증가했다. 재고자산회전율도 10.7회로 코로나가 가장 심했던 2020년 2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재고자산회전율은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회전율이 낮으면 재고자산의 소진 속도가 더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수출과 내수 판매에 많은 힘을 쏟았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형국"이라며 "국내 대기업의 가동률이 코로나 때보다 떨어졌고, 기업들은 앞다퉈 내년 목표실적을 하향 조정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기회 삼아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는 기업가정신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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