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4.01.02 08:00
1952년생 용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제공=한화그룹)
1952년생 용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제공=한화그룹)

[뉴스웍스=백종훈·고지혜 기자]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육십 간지 중 푸른색을 뜻하는 '갑'과 상상 속 동물인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났다. 즉 올해는 '푸른 용'의 기운이 가득한 해다. 

이에 용띠 경영진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금리, 경기침체 등으로 재계·금융계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이를 진화해야 할 책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통상 용은 나라를 지키고 보호하는 호국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매출 1000대 상장사 중 용띠 경영자는 149명이다. 1000개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10.9%를 차지한다. 연도 별로는 1964년생이 116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1952년생(17명) ▲1976년생(14명) 등이다.

◆1952년생…김승연 한화 회장·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등

청룡의 해를 맞이하는 1952년생 총수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43년간 그룹을 이끌면서 한화를 재계 7위의 대기업으로 올린 국내 최장수 오너로 평가받는다. 현재 한화의 주력사업인 한화생명, 태양광 에너지 사업, 갤러리아 백화점으로 대표되는 유통 사업, 우주항공과 방위산업 등은 김승연 회장이 직접 인수합병(M&A)으로 키워낸 계열사들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숙원사업이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15년 만에 성사하면서 'M&A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더욱 공고히 했다. 올해는 자녀 삼 형제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이 1952년생이다. 김 부회장은 2010년부터 약 13년간 DB손해보험을 이끌다 지난해 3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2021년에는 5연임에 성공하면서 보험업계 최장수 CEO로 꼽히기도 했다. 올해는 지난 사업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험그룹장을 맡는다.

1964년생 최창원(왼쪽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용호 SK㈜ 사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사진제공=각 사)
1964년생 최창원(왼쪽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용호 SK㈜ 사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사진제공=각 사)
박학규(왼쪽부터) 삼성전자 사장,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 실장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사진제공=각 사)
박학규(왼쪽부터) 삼성전자 사장,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 실장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사진제공=각 사)

◆'용띠 70%는 1964년생'…SK·삼성 다수 포진

용띠 CEO들의 약 70%는 1964년생이다. 이들은 50대 후반이라는 충분한 경험과 그간 쌓은 능력을 바탕으로 사업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SK그룹은 7년간 SK를 이끌어왔던 '최태원의 남자들'로 불렸던 부회장 4인방이 모두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용띠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신임 의장, 장용호 SK㈜ 사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으로 세대교체했다. 

최창원 의장은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3남)이다. 올해 최태원 SK 회장이 해외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SK그룹 2인자 자리에 앉은 최창원 의장이 내부 경영에 더 깊이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는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용띠 경영진이 분포돼 있다. 이 중 이영희 사장은 지난해 삼성에서 오너를 제외한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유리천장'을 깬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사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총괄하며 사실상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거둔 현대자동차의 장재훈 사장도 1964년생이다. 지난 3년간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투톱' 체제를 구축하고 사내 입지를 다져왔으며, 올해는 중장기 전략인 '현대모터웨이' 실행, 중국 시장 재공략 등의 핵심 과제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구자은 LS 회장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 ▲문홍성 두산 사장 ▲윤춘성 LX인터내셔널 사장 ▲김경호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 부사장 등이 1964년생 경영진에 이름을 올렸다.

1964년생 이병래(왼쪽부터) 손해보험 협회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 (사진제공= 각 사)
1964년생 이병래(왼쪽부터) 손해보험 협회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 (사진제공= 각 사)

금융계에서는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 오준석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사장 등이 1964년생 용띠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지난달 20일 '제55대 손해보험협회장'으로 최종 선임됐다. 같은 달 26일 열린 취임식을 통해 이 협회장은 ▲상생금융 협력 ▲소비자 신뢰 선순환 구조 구축 ▲손해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강조했다. 올해에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시행방안 마련, 실손·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화, 신상품 출시 및 운영에 적합한 환경 구축 등에 힘쓸 방침이다.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은 현재 삼성화재 대표로 다가올 주주총회에서 삼성생명 대표로 자리를 이동할 예정이다. 그는 삼성화재 CEO로 부임한 이후 사업관리를 통해 삼성화재를 사상 최대실적으로 이끈 바 있다.

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은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을 잘 이끌어 KB라이프생명을 업계에 무사히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KB라이프는 21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상반기 689억원보다 213% 늘어난 액수다. 최근에는 KB골든라이프케어를 KB라이프생명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미래 먹거리인 요양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서치길 IBK연금보험 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이사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 ▲최희문 메리츠금융그룹 운용본부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강성묵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등도 1964년생이다.

조원태(왼쪽부터) 한진그룹 회장, 김종희 동서그룹 부사장, 장영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 (사진제공=각 사)
조원태(왼쪽부터) 한진그룹 회장, 김종희 동서그룹 부사장, 장영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 (사진제공=각 사)

◆1976년생…조원태 한진 회장·장영근 카카오페이 손해보험 대표 등

1976년생 40대 대표적인 용띠 경영진으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장영근 카카오페이 손해보험 대표, 한상철 제일약품 사장, 이수연 에뛰드 대표, 김종희 동서그룹 부사장 등이 꼽힌다.

한진그룹 수장에 오른 지 5년차에 접어든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열과 성을 다해왔다. 하지만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심사가 여러 번 연기되면서 오는 2월에서야 조원태 회장의 고난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EU 경쟁당국이 기업결합을 승인할 경우 미국과 일본의 승인이 남는다.

장영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는 생활밀착형 보험상품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작년 6월 해외여행자보험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보험을 내놨다. 카카오페이 손해보험은 오프라인 지점없이 카카오톡 플랫폼 채널을 통해 이용 편의성과 보장혜택에 차별화를 두고 있다. 카카오페이 손해보험은 올해 초 단체를 대상으로 한 해외여행보험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슨 촹(왼쪽) AIA생명 대표이사,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 부사장. (사진제공=각 사)
네이슨 촹(왼쪽) AIA생명 대표이사,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 부사장. (사진제공=각 사)

◆1988년생…네이슨 촹 AIA생명 사장·'최태원 장녀' 최윤정 부사장

1988년생, 36세 젊은 용띠 대표로는 네이슨 촹 AIA생명 사장이 있다. 네이슨 촹 대표는 지난해 자회사형 GA인 AIA프리미어파트너스를 출범했으며, 올해는 AIA생명 전속 설계사 조직을 AIA프리미어파트너스로 이동시키는 제판분리에도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SK그룹 오너가 3세이자, 최태원 SK 회장 세 자녀 중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도 1988년생이다. 올해부터 사업개발본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최연소 임원에 올랐다. 최 본부장이 이끄는 사업개발본부는 이번에 신설된 조직으로, 기존 사업개발팀과 전략투자팀을 통합했다. 올해 신약 발굴과 바이오 사업다각화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