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3.01.14 08:00
(사진=IBM 홈페이지 캡처)
(사진=IBM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디지털 트윈'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기술 중 하나다.

디지털트윈은 현실 속 객체(사물·공간·환경·공정·절차)를 디지털 데이터 모델로 복제해 컴퓨터에 적용하고, 시뮬레이션으로 미래 상태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한다. 도시 인프라와 디지털 트윈이 만나면 정밀한 도로 지도를 제작하거나 교통의 효율성 향상에 필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제조, 에너지, 항공, 헬스케어, 자동차, 국방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이 의료와 만나게 되면 '메디컬 트윈'이 탄생하게 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치료와 병원 중심의 패러다임이 예방과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치료와 질환관리·예방적 건강관리·증진활동을 위한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가 주된 흐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해 4월 19일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는 인체의 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메티컬 트윈 기술의 부상을 고려해 정부가 각 환자에 적합한 맞춤형 치료와 새로운 의료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헬스케어 분야 디지털 트윈 활성화 방안을 제언하기도 했다.

◆'메디컬 트윈'으로 내부 장기까지 '시각화'

한국산업기술평가원(KEIT)이 발표한 '디지털 트윈 활용 의료기기 기술 개발 동향'에서는 의료와 헬스 분야에서 쓰이는 디지털 트윈을 메디컬 트윈이라고 한다. 메디컬 트윈은 현실의 건강 정보와 의료 자원 정보에서 얻은 가상의 의료 환경에서 질병의 진단과 맞춤형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질병의 예후를 예측하고 관리하는 환자 중심의 디지털 의료 지능화 융합기술을 목표로 두고 있다.

메디컬 트윈을 위한 데이터로는 증상, 센싱, 처방, 환자의 이력, 의료영상처럼 환자의 인체 물성·생체·활동 정보를 들 수 있다. 메디컬 트윈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3D 모델링, 시각화, 빅데이터 분석을 의료에 접목해 진단·수술·처방·신체활동 같은 가상 환자나 가상병원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을 의료와 융합하면 실제 환자의 데이터와 신체 모습, 내부 장기까지 모두 시각화할 수 있다. 데이터를 축적하면 기능적 측면까지 반영해 활용도가 높아진다. 가상 인체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을 예측하고 진단할 수 있으며, 가상 인체에 대한 신규 약물을 임상실험해 결과를 알아볼 수 있다. 수술 전에는 인체의 내부 정보를 3D로 가상화해 의료진이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수도 있다.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욕구, 팬데믹의 영향으로 건강관리 수요가 늘며 인체를 디지털 트윈화해 건강에 대한 변화를 분석하는 메디컬 디지털 트윈이 부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메디컬 트윈의 활용 범위가 환자의 생체신호와 질병 상태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진단과 치료 시뮬레이션, 비숙련 의료인의 교육과 훈련, 병원시설 배치와 업무 최적화, 비대면 진료처럼 다양해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 세계에서 메디컬 트윈 기술에 대한 수요와 시장 확대가 이뤄지며 선진국 중심으로 가상 환자나 심장 모델을 구축해 의료기기 임상 시뮬레이션·모의수술에 활용하려는 연구개발(R&D)과 사업화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임상을 요구하는 의료기기 인허가에 한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며 임상시험 대체 혹은 이를 보완하는 디지털평가기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2029년 94억달러까지 가파르게 성장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의 글로벌 메디컬 트윈 시장 성장 예상치. (자료='헬스케어 디지털 트윈 시장 현황 및 전망'  캡처)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글로벌 메디컬 트윈 시장이 2019년 6억달러에서 연평균 26% 성장해 2025년에는 24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 내다봤다.

마켓츠앤마켓츠는 2020년 1억달러인 글로벌 메디컬 트윈 시장이 2029년 94억달러까지 커지며 연평균 57.6%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마켓츠앤마켓츠의 국내 메디컬 트윈 시장 성장 전망치. (자료='디지털 트윈 활용 의료기기 기술 개발 동향' 캡처)
마켓츠앤마켓츠의 국내 메디컬 트윈 시장 성장 전망치. (자료='디지털 트윈 활용 의료기기 기술 개발 동향' 캡처)

국내 시장의 전망도 밝다.

2020년 300만달러였던 국내 메디컬 트윈 시장은 2029년에 1억8700만달러 규모까지 커지고, 연평균 57.6%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화와 건강한 삶에 관한 관심이 커지며 메디컬 트윈,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디지털 트윈이 주로 제조업이나 설계, 건설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본격적인 적용 사례가 거의 없는 상태다.

한국 정부는 2021년 10월 '디지털 트윈 초혁신 프로젝트'를 발표, 의료 분야에서 환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트윈을 조성하고 가상환경 내에서 가시화를 통해 가상수술이나 시뮬레이션을 의료현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기업과 정부가 적극 나서는 주요국

글로벌 주요국에서는 기술개발을 뒷받침하는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실제 임상현장에서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는 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의료서비스에 접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GE헬스케어와 델 테크놀로지스, 하트플로우를 들 수 있다.

GE헬스케어는 가상공간에 병원을 만들고 운영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의료서비스의 수요를 분석하고 예측한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i2b2 트랜스마트 재단과의 협력 하에 코로나19 후유증 치료를 위해 전 세계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디지털 트윈 모델을 구축했다. 신시내티 어린이병원 의료센터에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을 결합한 '3D 수술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조성했다. 

하트플로우는 10년 이상 심장질환을 중심으로 관상 동맥 CT 데이터 기반 심장 트윈을 생성, 혈류량을 측정해 관상동맥질환 위험도를 알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해 디지털 트윈에서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영국은 국가 인프라위원회(NIC)에서 데이터 공유, 인프라 가치와 사회적 편익 향상을 위해 국가 디지털 트윈(NDT)를 권고·추진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원들은 AI 기술을 통해 코로나19나 암 증상 인식 이전에 질병을 감지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석용 메디컬 트윈을 제작했다. 개발한 트윈은 장기, 조직, 세포 단위까지 그래프 신경망을 통해 환자의 중요한 매개변수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의 환자 상태를 알기 위해 개념적 증거를 제시한다. 

◆국내 R&D는 초기 수준, 정부 지원 절실

KEIT는 '디지털 트윈 활용 의료기기 기술 개발 동향'에서 "디지털 기술과 의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국내·외 디지털 기업들이 컴퓨터상에서 가상 물질에 대한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부터 현실 속 연구 데이터의 디지털화, 가상과 실제의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국내에서는 일부 기업과 기관, 병원에서 메디컬 트윈에 대한 R&D가 이뤄지고 있지만, 해외와 비교했을 때 기술력이 부족하므로 국가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R&D 활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KEIT 의료기기·헬스케어 PD와 이승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은 "유럽 의료기기 규정(MDR) 임상 요건 강화에 따른 가상 시뮬레이션 기반의 의료기기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고, 최종적으로 대체시험을 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의료기기 가상 임상 플랫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