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01.13 10:25
차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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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최근 은행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식시장에 상장된 7개 금융지주에 배당 성향 50%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얼라인은 은행주의 만성적인 저평가 원인을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일단 국내은행의 경우 해외은행과 비교했을 때 수익성, 자본적정성, 건전성 모두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국내은행의 수익성은 ROE 기준 평균 9.9%를, 해외은행은 평균 10.5%를 기록하고 있다. 자본건정성 역시 NPL 비율 기준 국내은행은 평균 0.4%, 해외은행은 0.8%로 오히려 국내은행이 더 건전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배당 성향은 지난 20년 동안 평균 30% 이하를 유지해 오고 있다. 미국 은행의 경우 배당 성향은 30% 수준을 유지하지만, 그 이상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당순이익을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 은행 역시 40~60%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주주를 위한 경영전략을 취하고 있다.

얼라인은 해외은행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높이기 위해서 자본 재배치를 제안했다. 그동안 은행은 여신성장을 위해 수익을 재투자하거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M&A로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해 왔다.

이와 같은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신 성장 목표를 8.3%에서 GDP 성장률 수준인 4%대로 낮춰 감소분을 자사주소각, 배당 상향 조정 등 주주환원에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이론상으론 소액주주들이 반길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은행 스스로 탐욕을 얼마나 버릴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한 은행이 주주환원을 이유로 대출 성장 목표치를 낮춘다면 경쟁 은행에 비해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 경영진 입장에선 단기적 실적 하락이 부담스럽다. 특히 은행의 경우 주인이 없는 회사다. 은행 안팎에선 장기 집권에 대한 시샘의 눈초리도 있는 만큼 실적 하락은 경영진 교체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얼라인도 단일 은행이 아닌 상장사 7곳에 모두 동일한 제안을 한 것이다. 모두가 탐욕을 버리고 함께 행동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계산한 셈이다.

은행의 탐욕을 통제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은행주 평균 보유지분율은 약 8.2%다. 이사회 안건을 좌지우지할 능력은 된다.

은행 배당 성향이 높아지면 국민연금의 재정이 악화하는 현상을 일부 늦출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은행 경영진에 배당을 높이란 요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유를 확정할 수 없지만,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건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매년 초 금융당국은 경제 상황을 이유로 은행의 배당 자제를 요구해 왔다. 주주에게 돌려줄 돈이 있으면 충당금을 더 쌓거나 사회에 환원하란 주문이다. 민간은행에게 배당을 자제하고선 정부가 대주주인 기업은행에는 더 많은 배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얼라인의 행동주의 캠페인은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은 맞다. 그러나 주인이 없는 은행은 생각보다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최고경영자에게도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경영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주주환원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주주환원 목표로 50%를, 신한금융지주가 보통주자본비율 12% 초과분을 주주환원으로 사용하겠단 약속도 이사회가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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