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2.11.26 07:05

'진심은 통한다' 메리츠…투자자 민심, 주가에 그대로 반영돼
자사주 매입 지속하면 조정호 회장 지분 늘어날 것으로 보여

메리츠증권 사옥. (사진제공=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 사옥. (사진제공=메리츠증권)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시장이 환호할 만하다."

메리츠금융지주가 화재·증권을 자회사로 편입시킨다는 소식에 금융투자업계 반응은 모두 한결같았다. 

화재·증권 모두 상장폐지 하는 것도 놀라운데, 평소 주주친화에 '진심'이던 메리츠금융지주가 이번에도 통 큰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또 한번 놀랐다.

이에 시장은 찬사를 보냈고, 주가도 큰 폭 상승했다.

최근 기업들이 물적 분할에 혈안이 돼 있는 가운데 메리츠금융지주의 선택은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메리츠금융지주가 화재와 증권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효율적인 경영 시스템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진 상황이다.

◆메리츠금융, 최대 주가 4만4925원…예상 시가총액 8조 

메리츠금융지주와 화재·증권의 주가는 이번주 큰 폭 상승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22일 2만6750원에 시작해 이날 3만7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메리츠화재는 3만5700원에서 4만4400원까지 24.37% 올랐고, 메리츠증권도 4520원으로 시작해 5650원에 거래를 마치며 25.00% 상승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증권·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할 때, 주식 교환 비율을 금융지주 1주당 증권 0.161주, 화재 1.266주로 정했다. 기준 가격은 금융지주 2만7132원, 증권 4361원, 화재 3만4342원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이에 대해 "증권은 주가 흐름에 따른 유불리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화재 입장에서는 교환 비율이 제고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또한 "지주 주주가 불리할 수 있으나, 향후 강화된 주주환원율과 경영효율 제고 등을 통해 지주 주주도 교환 비율의 불리함을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메리츠의 결정에 의심하지 않았고, 이에 주가는 큰 폭 상승했다.

이는 증권가가 향후 적정가치와 시가총액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의 합병 후 적정주가를 3만5978~4만4925원으로 추정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지주의 합병 이후 이익에 적정 주가수익비율(PER) 5.48배를 적용한 값"이라고 설명했다.

주가가 오른 만큼 시가총액도 크게 상승했다. 지난 21일 장마감 기준 메리츠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3조4000억원이었다. 지난 25일 종가 기준 메리츠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4조7265억원이다.

신한투자증권은 합병 후 시가총액을 8조원으로 평가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가치 8조원을 향한 주가 랠리가 예상된다"며 "단기 주가 상단은 신주 발행분을 제외한 주당 순자산가치(NAV) 6만30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메리츠금융지주 증권·화재 자회사 편입 후 지배구조도. (자료제공=신한투자증권)
메리츠금융지주 증권·화재 자회사 편입 후 지배구조도. (자료제공=신한투자증권)

◆구체적 주주환원 정책은 지켜봐야…현금배당 10% 유지할까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 회계연도부터 현금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들에게 환원한다고 밝혔다. 

메리츠금융지주는 평소에도 주주환원에 많은 노력을 했다. 지난 2019년 메리츠금융지주와 화재·증권의 연결 기준 현금 배당성향은 각각 18.6%, 31.5% 24.7%이었다. 2020년에는 24.2%, 35.0%, 39.9%였다. 

하지만 아직 현금배당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가 현금배당을 10% 수준으로 줄였다는 점은 우려사항이다. 

당시 메리츠금융지주는 공시를 통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10% 수준 배당을 유지한다"며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실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지난해 현금 배당성향은 금융지주(3.3%), 화재(10.1%), 증권(9.29%)으로 쪼그라들었다. 당시 메리츠금융지주는 정책을 중기(3년)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주주들은 반발했고 주가는 10% 이상 떨어졌다. 메리츠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가 부양에 힘을 쏟았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시장 유통 물량을 확 줄일 수 있어 주가 부양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그중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0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약 439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번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현금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어떻게 진행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만약 현금 배당 10%를 유지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될 것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는 통상 자사주 매입·소각을 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단기적으로 주가 부양에 긍정적이지만, 증권사 자체가 자기자본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자본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은 배당 가능 이익을 재원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했기 때문에 다행히 자본금 감소는 없었다. 오히려 자기자본은 올해 3월 5조3984억원에서 5조840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스웍스DB)

◆대주주 지분 승계 선 그어…자사주 매입하면 조 회장 지분 늘어날 수 있어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자회사 편입 관련 컨퍼런스 콜에서 "이번 포괄적 주식교환은 대주주 지분 승계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에도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기업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며 "승계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을 지속하면 조정호 회장의 지분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지속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하면서 조정호 회장의 지분은 지난 2020년 3월 68.97%에서 올해 9월 75.81%로 늘어났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최대주주는 메리츠금융지주다. 두 회사의 지분을 각각 59.46%, 51.33% 가지고 있다. 

두 회사가 메리츠금융지주로 합병되면서 조정호 회장의 전체 지분의 비중은 줄어들겠지만 주주환원 정책으로 내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최대주주의 지분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의 말대로 대주주 승계는 안 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와 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조정호 회장의 지분율은 75.81%에서 47%대로 낮아진다. 만약 대주주 승계로 세금까지 내면 지분율은 20% 이하로 하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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