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3.01.18 13:42

150도 저온 2시간 이내 분해 통해 고품질 단량체 원료로 되돌려
이미혜 원장 "의류 폐기물 줄일 수 있는 자원 순환형 재활용 기술"

폐섬유의 화학적 선별 기술 모식도. (사진제공=한국화학연구원)
폐섬유의 화학적 선별 기술 모식도. (사진제공=한국화학연구원)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국내 연구진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인 폐합성섬유를 화학적으로 선별해 플라스틱 원료인 단량체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조정모 박사 연구팀이 폐의류 내 염료의 화학적 성질을 이용해 재활용 원료를 분리하는 선별 기술을 개발했고, 선별한 폐합성섬유를 합성 이전의 단량체 원료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도 동시에 개발했다고 18일 발표했다.

해당 기술은 버려지거나 소각됐던 폐의류를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자원 순환형 기술로, 유색섬유나 혼방섬유를 합성 이전의 원료로 전환할 수 있다. 이에 의류 폐기물 발생량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류 산업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배출량의 10% 수준이다. 글로벌 의류 생산량은 매년 증가 추세이고, 대부분 소각되거나 자연에 버려져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아 의류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합성섬유는 플라스틱처럼 잘 썩지 않아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섬유 산업에서는 폐자원을 재활용하거나 석유 기반 합성 소재를 지속 가능 원료로 대체하는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재활용 원료로부터 생산되는 섬유의 99%는 투명하고 깨끗한 페트병을 원료로 재활용된다.

섬유 폐기물은 별도의 수거 방법 없이 혼합 폐기되고 있으며, 재활용을 위해서는 재질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같은 작업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거나 원료 비중에 따라 물에 뜨고 가라앉는 것으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비효율적이며, 분류 후에도 각종 이물질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물리 또는 화학적 재활용에 한계가 따른다.  

이에 연구팀은 특정 소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저가의 화합물을 활용해 혼합 폐섬유로부터 '폴리에스터' 소재만을 골라내는 '화학적 선별 기술', 분류된 폴리에스터 섬유를 저온 분해해 합성 이전의 단량체 원료로 되돌리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동시 개발했다.

연구팀은 단순한 화학적 원리를 통해 섬유의 재질을 구분하는 선별 기술을 개발했다. 오직 폴리에스터에만 작용하는 연구팀의 '추출제'를 혼합 폐섬유에 접촉해 색 변화가 일어나는 폴리에스터 섬유를 골라냈다.

구체적으로 혼합 폐섬유로부터 먼저 색이 있는 섬유만 구분하고, 연구팀의 추출제를 적용해 탈색이 일어나는 섬유만을 폴리에스터로 판별하고 분리할 수 있다. 이때 발생하는 염료 폐액을 색이 없었던 섬유에 적용하면 염색이 일어나는 섬유만을 폴리에스터로 분리하는 방식을 쓰게 된다.

해당 방식의 오차율은 낮고, 기존에는 분리하기 어려웠던 염료까지 제거할 수 있어 고품질 폴리에스터 소재만을 선별할 수 있다. 폐섬유 선별과 탈염료화 과정에 생분해성 화합물이 활용되고, 사용 후 염료가 포함된 추출제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경제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기술이다.

연구팀은 유색 폐페트나 폐폴리에스터 섬유를 빠르게 분해해 고부가 단량체를 만들 수 있는 저온 글라이콜리시스 반응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해당 기술은 200도 이상 고온 조건의 폐페트 분해공정과 달리 150도의 저온 반응에서도 원료의 구조나 형태에 상관없이 2시간 이내에 완전히 분해할 수 있다.

이를 화학적 선별기술과 연계하면 반응과 정제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에너지 사용량도 낮출 수 있다. 연구진은 기술 상용화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혜 화학연 원장은 "성과는 그동안 재활용이 어려웠던 저급 유색 폐섬유까지 고품질 단량체 제조를 위한 원료로 적용할 수 있어서 의류 폐기물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자원 순환형 재활용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연은 관련 기술을 리뉴시스템에 이전해 해중합 설비 구축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4년 말까지 페트 처리 기준 연간 1만톤 규모의 실증 플랜트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 본격적인 재생 단량체의 양산 돌입과 함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 마련에 힘쓰고 있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에서 발간하는 'ACS Sustainable Chemistry&Engineering' 저널에 발표됐으며, 창간 10주년을 맞는 2022년 12월호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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