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2.03 19:00

유진증권 "2분기 이후 반도체 단가 하락 진정"…IBK증권 "올해 상반기 순환적 저점 가능성 높아"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새해 우리 경제의 출발이 예상보다 더 좋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1월에도 감소한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사상 최초로 100억달러를 넘었다. 특히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수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더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를 기록하면서 석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전기요금을 비롯해 공공요금 인상이 속속 시작되면서 당분간 물가 안정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월에도 수출 감소와 5%대 물가 상승률이 예상되면서 체감경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새해에도 무역 상황은 최악으로 흘렀다. 1월 수출은 462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고물가·고금리 지속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면서 전년동월 대비 16.6%(92억달러) 감소했다. 월간 기준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줄고 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60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44.5%(-48억달러)나 줄면서 1월 수출감소분의 약 52%를 차지했다. 수출비중이 큰 D램·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 가격이 수요약세, 재고누적 등의 영향으로 급락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던 시스템반도체마저 감소 전환했다.

우리나라의 수출 최대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도 이어졌다. 1월 대중국 수출은 91억7000만달러로 31.4% 급감했다. 이에 1월 수출에서 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로 떨어졌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20%를 하회한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에 따른 중국 경기 반등이 국내 대중국 수출 증가율 반등은 물론 수출 비중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미 떨어진 대중국 수출 비중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국 경기 회복에 기반한 IT 수요 반등시 국내 대중국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 격화시에는 오히려 대중국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1월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수준이며 사상 최초로 세자릿수 적자를 시현했다. 1월 수입이 598억달러로 2.6% 줄었지만 무역적자는 확대됐다. 에너지류 수입 급등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무역적자는 1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정부나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수출을 비롯한 경기 흐름을 '상저하고'로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 어려움을 겪고 하반기에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무역적자가 대폭 확대된 것은 핵심 수출 제품인 반도체의 단가 하락이 컸다"며 "재고 부담은 남아있지만 메모리 업체들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2분기 이후 반도체 단가 하락은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내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코로나 확산세가 1월 초 정점을 통과한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유달리 부진했던 대중 수출의 반등이 기대되는 점은 국내 수출 경기에 분명 플러스 요인"이라며 "지금보다 수출 경기가 더 크게 나빠지기도 어려운 만큼 중국 경제 정상화와 함께 수출 단가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한국 수출은 2분기 중 바닥을 지나 반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르면 우리 수출이 4월부터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OECD 선진국 경기선행지수의 하락폭이 축소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4~5월에 반등할 전망"이라며 "중국 리오프닝으로 과도했던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진정되고 아시아의 재고 재축척 사이클이 진행된다면 한국 수출 저점이 3월로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수출 부진 탈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일 '수출 플러스'를 목표로 범부처 수출 역량을 모아 제조업 10대 업종에 대해 10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밀착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역대 최대인 360조원의 무역금융을 공급하고 제조업 설비·연구·개발 투자를 위해 총 81조원의 정책금융 지원을 추진한다.

국내 기업들은 올해 약 47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계획 중이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계획을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차량용 반도체, 첨단패키징 등 3대 시스템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1조5000억원 규모 예타를 추진할 방침이다. 또 반도체 특화단지 기반시설에 국비 1000억원을 지원하고 반도체펀드 3000억원, 정책금융 5300억원 등을 통해 팹리스 투자 등도 적극 지원한다. 

성장률의 한 축인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다른 축인 내수 쪽에도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렸다. 1월 소비자물가가 5.2% 상승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 연초 제품가격 조정 등으로 석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지난해 7월(6.3%)을 정점으로 11월과 12월에는 5.0%까지 낮아지면서 4%대를 내심 기대했으나 연초 전기요금 상승이 물가를 크게 끌어 올렸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월 전기료가 전월보다 9.2% 오르면서 전기·수도·가스의 기여도가 지난달에 비해 0.17% 상승했다"며 "이번 달 상승 폭의 거의 대부분 이상을 전기료가 차지했다. 전기료 때문에 물가 상승률이 5.0%에서 5.2%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당분간 물가 상승률이 5% 내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지난 2일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는 2월에도 5% 내외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2월에도 수출 감소에 더해 5%대 물가 상승률이 예상되면서 정부가 목표로 하는 연간 성장률 1.6%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지난 3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연말을 경과하면서 경기 위축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하향했다. 일부 해외기관은 0%대, 나아가 역성장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은도 오는 23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1.7%로 제시 중인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예정이다.  

경기가 바닥을 찍고 있는 만큼 반등 기대도 확인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경기는 위축 국면에 들어와 있다고 판단한다"며 "2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한 산업생산이나 11개월 연속 적자를 보이면서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무역수지 등을 보면 지금 경기에 대해 긍정적인 판단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 및 우리 경제의 수익성이나 순환적인 경기흐름을 선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의 반전, 예상보다 악화되지 않은 대외 경제 여건, 우리 수출에 크게 나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가격변수의 움직임 등 우리 경제를 조심스럽게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조짐들도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은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지표들에 대한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올해 상반기 순환적인 저점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