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2.17 14:15

"전문분야·경력·직급·이해상충 '부적합'…상임이사 자리에도 윤 캠프 출신 낙하산 내정"

17일 이기철(왼쪽부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과 제해문 한국예탁결제원 노동조합위원장이 대통령실에 공개 질의서를 제출했다. (사진=유한새 기자)
17일 이기철(왼쪽부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과 제해문 한국예탁결제원 노동조합위원장이 대통령실에 공개 질의서를 제출했다.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자리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친구인 팀장급 연구원 말고, 김 부위원장을 사장으로 보내주십쇼."   

17일 제해문 한국예탁결제원 노동조합위원장은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낙하산 사장 내정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낙하산 인사를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자격 없고 능력 안 되는 마구잡이식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예탁원 신임 사장에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행보험연구2실 실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지난 14일 신임 사장 후보에 이 연구위원이 포함되면서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총괄한 경제 분야 '싱크탱크' 구성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연구위원과 함께 ▲박철영 한국예탁결제원 전무이사 ▲도병원 전 흥국자산운용 대표 등 3명이 예탁원 신임 사장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에 예탁원 노조는 지난 15일 여의도 예탁원 서울사옥 1층에서 '사장 내정자 철회 촉구 결의 집회'를 열었다.

이날 제 위원장은 "지난 1974년 예탁원 창립 이래 현재까지 22명의 사장이 선출될 때마다 직원의 대표인 노조가 낙하산 사장 선임에 대한 일시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는 취임 후 역할을 잘해주시라는 메시지 측면이 강했다"면서도 "이렇게 특정인의 사장 선임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탁원 사장 내정자로 거론되는 이 연구위원은 전문분야, 경력, 직급, 이해상충 측면에서 예탁원 사장으로 매우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은 이 연구위원이 농협지주의 사외이사로 있다는 점도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 위원장은 "농협(원고)이 예탁원(피고)를 상대로 100억원대 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 소송 진행중"이라며 "수백억원의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원고 측 인물이 피고의 대표로 이동하는 것이 왜 이해상충 문제가 없겠느냐"고 따져물었다.

또한 노조 측은 "현재 공석인 예탁원 상임이사 자리에도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캠프 출신의 자본시장과는 전혀 무관한 또 다른 이 모씨가 내정된 것으로 파악했다"며 "일종의 보은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또 다른 이 모씨'는 현재 한 회계법인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다. 

노조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예탁원 사장 선임 절차를 모두 중단하고, 재공모를 실시해 자격 있거나 힘 있는 사람이 사장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대통령실에 공개 질의문을 제출했다.

공개 질의문에는 '비전문가를 사장에 내정하는 것이 공정과 상식에 부합한가', '원고 측에서 피고의 대표로 가는 것인 올바른가' 두 가지 질문이 포함됐다.

한편, 예탁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오는 22일 후보 3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한 후 28일 주주총회에서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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