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3.02.28 18:00

'디지코' 탈통신 부작용 해소·부실화한 본업 경쟁력 제고
'초거대 AI' 등 차세대 사업에 대한 확고한 비전 제시하고
'셀프 연임' 구도 깨고 조직쇄신할 강력한 리더십 갖춰야

KT 사옥 전경 (사진제공=KT)
KT 사옥 전경 (사진제공=KT)

[뉴스웍스=문병도·백진호 기자] 기자] KT 차기 CEO를 선발하는 절차가 2라운드에 들어섰다.

KT는 28일 인선자문단이 선정한 세부 명단을 공개했다. 인선자문단은 33명의 차기 CEO 후보 중 4명을 간추렸다.

후보중에는 정치권 외부 인사는 모두 제외됐고 KT 출신 올드보이(OB)와 현직 내부 KT 사장·부사장이 각각 2명씩 포함됐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이들 숏리스트에 오른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뒤 다음 달 7일 차기 대표 최종 1인을 주주총회에 추천한다. 면접은 이사회가 정한 심사 기준에 따라 실시된다.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결정한 대표이사 후보 1인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KT는 국내외 주요 주주 등 핵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최적의 KT 대표이사에 대한 의견을 받아 심사에 반영할 방침이다. KT 주요 주주로는 지난달 기준 국민연금,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신한은행과 영국계 투자사 실체스터인터내셔널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KT 이사회는 면접 심사 기준도 발표했다. DX 역량에 기초한 성장 기반 마련, 변화와 혁신 추구, 기업 가치 제고, ESG 경영 강화 등이다. 때문에 이 같은 자질을 얼마나 갖췄느냐가 면접 통과여부를 가름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첫번째 과제로 '디지코'로 대표되는 탈통신 부작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를 꼽았다. 

구 대표는 지난 3년간 재직하면서 '디지코'를 강조하며 '탈 통신'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외형을 키웠지만 이 과정에서 본업인 통신사업은 크게 흔들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잊을만하면 인터넷 통신 장애가 벌어진 것이 대표적인 잘못이다. 지난 2021년 10월 25일 발생한 '인터넷 먹통' 사고가 대표적이다. 올해 1월 2일에도 오후 약 20분 가량 부산과 울산 등 경상남도 지역에서 KT 유선 인터넷 및 와이파이 연결이 되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디지코에 전념하면서 본업인 이동통신 분야에서의 기초체력 저하도 확인됐다. 

지난해 KT의 이동통신 회선수는 가입자 기준으로 실질적으로 감소했다. KT가 최근 수년 간 디지털 전환과 기업간거래(B2B) 영업에 힘쓰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무선 영업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KT의 새로운 수장이 되려면 구 대표가 추진한 탈통신과 수익중심 경영이 낳은 통신 재해와 부실화된 사업에 대한 대안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사업분야에 대한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차기 CEO는 최근 주목받는 초거대AI 등 신사업을 키울 역량을 갖춰야 한다. 특히 챗GPT 열풍으로 상징되는 '초거대 AI' 분야를 선도할 복안을 내놓아야 한다. 

KT는 올 상반기 초거대 AI인 '믿음'을 공개하고 상용화할 방침이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초거대 AI와 믿음 간의 차별화도 이뤄야 하고, 상용화를 통해 산업계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이뤄 시장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

초거대 AI는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다. 세계 수준의 AI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AI 반도체 개발에도 성과를 내야 한다. 

KT는 지난해 7월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리벨리온의 AI 반도체는 KT 데이터센터에 탑재되고, 인공지능 컨텍센터(AICC) 같은 초거대 AI 모델의 기초인 KT의 AI 서비스에 적용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기 CEO는 초거대 AI, AI 반도체, 로봇, 차세대 네트워크 솔루션 등 신규 사업 분야에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셀프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이사회와 CEO의 유착 관계를 깰수 있는 강한 추진력도 필요하다. 

KT는 현 이사회 멤버들과 관계만 나쁘지 않다면 최고경영자 자리를 손쉽게 연임할 수 있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민영화 과정에서 확실한 주인이 없어지다 보니 이사진과 현 CEO가 결탁할 경우 마땅히 제지할 방법도 없다.

때문에 일단 CEO 직위에 오르면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자신의 지지기반 강화에 적극 나선다. 그 결과 단기 실적에 매달리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직원들의 희생이 따랐다. 구현모 현 CEO 체제에서 KT직원들은 3대 통신사중에서 꼴찌 수준의 임금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잘못된 점을 서둘러 바로 잡지 않고서는 KT의 미래는 불확실해 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방위적 조직 쇄신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인사가 차기 CEO로 선임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KT의 차기 수장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바로 코디네이션이다.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통합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폭 넓은 경영 안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