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3.03.01 09:00

AI 반도체 시장 규모 7년 뒤 10배로…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HBM 메모리 선점 나서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최근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가 이목을 끌고 있다.

'챗GPT'의 인기로 '초거대 인공지능(AI)'이 주목받으며 국내외 빅테크를 끌어들이는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다. 초거대 AI를 개발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일반적인 AI보다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연산하도록 하려면 보통의 반도체로는 불가능하다. AI에 특화된 AI 전용 반도체, 즉 'AI 반도체'를 활용해야 한다.

(사진=옵스나우 블로그 캡처)
(사진=옵스나우 블로그 캡처)

AI 반도체의 성능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려면 데이터 수집, 저장, 분석,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역시 필수적이다. 이 두 가지가 갖춰져야만 초거대 AI를 제대로 개발할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기업들이 초거대 AI 개발에 뛰어들자 일각에서는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시장의 상승을 예측·기대하고 있다.

◆큰 성장세 예상되는 AI 반도체·데이터센터…슬슬 움직이는 기업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343억달러 규모의 AI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16% 성장해 2030년에는 980억달러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스태디스타에 의하면 올해 228억달러 수준의 AI 반도체 시장은 2030년 10배를 넘어서는 2533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구글·바이두·알리바바 같은 해외 빅테크와 함께 네이버·카카오 등의 국내 기업도 초거대 AI 시장에 들어갔다. 해당 업체들이 초거대 AI 기반의 챗GPT에 기초해 AI 서버스를 확장한다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엑셀러레이터에 직접 데이터를 제공하는 고성능 고대역폭메모리(HBM), AI 학습 데이터 처리를 지원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용량, 128GB 이상의 고용량 서비 D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CPU·GPU와 연계해 서버의 성능을 올리는 HBM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HBM은 D램을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적용해 집적회로를 적층 시켜 데이터 전송률을 끌어올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으로, 공급량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PIM.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의 HBM-PIM.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에 AI 프로세스를 적용한 핌(메모리 내부에 연산 작업에 필요한 AI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지능형 반도체)을 AMD와 함께 개발해 반도체 연산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만약 삼성전자가 HBM-PIM을 AI 시스템에 탑재한다면, 기존 HBM보다 성능을 두 배 향상시키고 시스템 에너지를 70% 아낄 수 있게 된다. AI와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에도 도입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HBM3. (사진=SK하이닉스 홈페이지 캡처)
SK하이닉스의 HBM3. (사진=SK하이닉스 홈페이지 캡처)

SK하이닉스는 1세대 제품부터 HBM 분야에서 기술 리더십을 보여줬기 때문에 집적도를 높여 응답 속도와 용량·전력 효율을 향상시킬 방침이다.

네이버는 삼성전자와 협력해 AI 반도체 개발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과 자사의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를 기초로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SK텔레콤은 사피온X330, 사피온X340, 사피온X350 3종의 AI 반도체를 출시할 계획이다. KT는 지난해 7월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300억원을 투자했고, 자사의 데이터센터에 자체 AI 반도체를 선제 적용하는 '버티컬 풀스택' 전략을 구상하기도 했다.

리벨리온은 지난 13일 데이터센터향 시스템온침(SoC) '아톰'을 공개, KT가 올해 상반기가 상용화할 예정인 초거대 AI인 '믿음'의 경량화 모델에 탑재할 예정이다.

QY리서치에 의하면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0년 1156억달러에서 연평균 16.8% 성장해 2027년 말에는 3485억7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는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분석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능력을 갖췄으며, 초거대 슈퍼컴퓨터처럼 작동하는 인프라를 갖춰 챗GPT 같은 AI의 훈련과 서비스 구현에 도움을 준다.

초거대 AI·AI 반도체 개발에 필요하다는 점, 앞으로 있을 시장의 성장세를 보고 국내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에 투자를 쏟고 있다.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에 세운 '각 춘천'에 이어 올해 말 '각 세종'을 지을 예정이다.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카카오는 안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내에 건설 중인 첫 자체 데이터를 올해 9월 완공해 내년 개소할 예정이다. 2024년 1월에는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를 착공할 계획이다.

SKT는 지난 12일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슈퍼컴퓨터 '타이탄'의 GPU를 두 배로 증설하며 AI의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구조적 성장이 예측된다. KT는 AI 인프라와 솔루션, 서비스를 합한 '한국형 AI 풀스택' 구축 계획을 공개한 후 올해 반도체·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AI 인프라 투자를 병행하며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혁신·성과 위해 지원 정책 점검·민간과의 교류 필요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2일 국산 AI 반도체를 통한 'K-클라우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또 '인공지능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 계획'을 올해 1월 26일에 공개하며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개발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K-클라우드는 2030년까지 국내 데이터 시장에서 국산 AI 반도체 적용 비율을 80% 수준까지 올리는데, 이 과정에서 2028년에는 중국을 제치고 2030년에는 미국 수준의 AI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총 8262억원의 예산을 투자하는 이행안을 마련하고 올해 2월 사업 공고를 본격 추진한다.

인공지능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 계획은 챗GPT를 넘어서는 차세대 AI를 개발하기 위해 2655억원을 투입하고, 'AI 특화 데이터센터'를 통해 컴퓨팅 자원 제공 확대를 추진한다. 높은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토대로 AI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고, 고성능·저전력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고도화를 실현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올해 AI 반도체 관련 예산은 총 1952억원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미래정책단은 '챗GPT 부상과 맞물려 'AI 반도체·데이터센터' 시장 기지개' 보고서를 통해 지원 정책을 설계한 데서 그치면 안 된다고 충고한다. IITP 미래정책단은 "AI 반도체 활용 극대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및 레퍼런스 확보를 위한 실증사업 추진,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산·학·연 간 협업체계 구축, 전담 조직 기능 등 전략 과제를 구체화한 만큼, 각 현장에서 내실 있게 이행해 나가며 소통과 협력 도모"를 주문한다. 이는 정책의 시행 못지않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원 방안을 점검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IITP 미래정책단은 이어 "전담 부처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 AI 반도체 스타트업, NHN·KT·네이버 등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업계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성장 전략 상시 점검하고 논의"할 것을 주문한다. 지금까지 설계해 놓은 성장 전략보다 더 현장 중심적인 방법을 요구하는 것이다.

IITP 미래정책단은 "방대한 데이터를 수용·처리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증설과 확충이 이어지고 있는바, 단계별 추진 계획을 면밀히 점검하고 안정적 구동을 위한 전력·인력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