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3.03.15 10:19
노화로 인한 뇌막 성질 변화 연구에 대한 대표 모식도. (사진제공=한국과학기술원)
노화로 인한 뇌막 성질 변화 연구에 대한 대표 모식도. (사진제공=한국과학기술원)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김필남·정용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뇌막(뇌수막)이 노화에 따른 당 축적 때문에 뇌 피질을 감싸는 기능을 상실하며 노화 연관 염증, 혈관질환 같은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몸속에 남아 있는 당 분자가 여러 단백질에 붙으며 기능을 방해하는 것이다.

15일 KAIST(총장 이광형)에 따르면 김 교수 연구팀은 고령자의 뇌막에서 당 분자의 과도한 축적을 확인하고, 생쥐 모델에서도 나이에 따른 당의 축적이 이뤄짐을 파악했다.

뇌막은 뇌를 감싸는 얇은 막으로 뇌척수액과 피질의 경계에 존재하며 뇌를 보호한다. 연구에서는 노화로 인해 뇌막에서 생기는 기능 이상이 뇌 속에 남아도는 당에 의한 것임을 증명했다. 노화에 의해 뇌막이 얇아지고 끈적해지며 뇌척수액과 뇌피질과의 물질교환이 감소하는 것에 대한 원리 규명에 새로운 패러다임도 제공하게 됐다.

뇌척수액과 직접 맞닿아 있는 뇌막은 주로 콜라겐이라는 세포외기질(ECM) 단백질로 구성돼 있으며, 이 단백질을 생산하는 세포인 섬유아세포로 이뤄져 있다. 당이 흡착한 콜라겐 단백질과 부착한 세포는 콜라겐의 생산기능이 떨어지지만, 콜라겐 분해 효소의 발현이 높아지며 뇌막은 지속적으로 얇아지고 붕괴된다.

뇌를 감싸고 있는 뇌막 자체에 초점을 두고, 당 축적에 의한 뇌막 변성·기능 장애를 확인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이는 뇌 질환 연구에서 새로운 치료접근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1 저자인 김효민 연구원은 "인간의 뇌에서 시작해 생체모사 뇌막 모델과 동물 모델을 활용한 융합적 접근으로 노화에 의한 뇌 장벽 변화에 대해 규명한 흥미로운 연구"라고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김필남 교수 연구팀은 현재 뇌막을 비롯해 인체 전반에 쌓이는 당을 제거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인체에서 단백질과 당이 만나서 형성되는 찌꺼기인 최종당화산물은 대식세포에 의해 일부 제거된다. 하지만 콜라겐 같은 세포외기질 단백질과 결합한 당화산물은 자연적으로는 제거되지 않는다. 본 연구진은 KAIST-세라젬 연구센터를 통해 '몸속 당 찌꺼기' 제거를 위한 헬스케어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노화하는 세포'에 지난 2월 28일 자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