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03.19 08:00

NFC 단말기 보급 걸림돌…유통업계 "간편결제 지각변동 쉽지 않아"

애플페이 지원 NFC 단말기의 모습. 애플페이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사진=고지혜 기자)
애플페이 지원 NFC 단말기의 모습. 애플페이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사진=고지혜 기자)

[뉴스웍스=고지혜 기자·전다윗 기자] 미국 애플이 삼성전자의 안방인 한국에서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아직 갖춰지지 않은 인프라 등을 고려해 볼 때 "삼성페이에 맞서기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이달 21일 국내 시장에서 '애플페이'를 론칭한다.

애플페이는 삼성전자의 삼성페이처럼 신용·체크카드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저장해 실물 카드 휴대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간편결제 서비스다. 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되며, 모바일 앱에서도 '터치 ID'나 '페이스 ID'를 통해 결제할 수 있다. 개인 간 송금도 물론 가능하다. 

지난 2014년 미국에서 출시된 애플페이는 전 세계 약 5억명의 사용자 수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간편결제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국내에서는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가,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를 허가하면서 전 세계 76번째로 뒤늦게 출시된다.  

후발주자로 국내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80%를 차지하며 독주 중인 삼성페이에 맞불을 놓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족한 인프라 탓에 국내에서는 당분간 '반쪽짜리 서비스'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애플페이가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 기반 서비스인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NFC는 특정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해 10㎝ 안팎의 짧은 거리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따라서 애플페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매장에 NFC 단말기가 필수적으로 설치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NFC 단말기를 사용하는 매장의 비율은 크게 낮다. 카드 및 유통 업계에 따르면 전국 신용카드 가맹점 290만여 개 중 비접촉식 NFC 단말기의 보급률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마저 유명 대기업 프랜차이즈나 대형 매장에 집중된 상황이다. NFC 단말기의 설치·운영에 따른 비용을 고려하면 적잖은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영업자 등이 운영하는 일반 매장에서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의 대부분의 카드리더기 외 별도의 NFC 단말기 보급은 지체되는 상황이다. 애플페이만을 위해 NFC 단말기를 도입하는 것은 비용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면, 삼성페이는 MST 단말기와 NFC 단말기 모두 결제가 가능하다. 범용성과 접근성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간편결제의 핵심인 '교통카드' 기능의 도입도 난제다. 애플페이로 교통카드 기능을 쓰려면 대중교통에 설치된 단말기를 애플페이 수용이 가능한 EMV 규격 단말기로 교체해야 한다. 애플은 이를 위해 티머니, 캐시비 등과 제휴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비용에 대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애플은 현재 편의점, 백화점, 롯데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이디야커피, 폴바셋, 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가맹점 위주로 단말기를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단기간에 애플페이가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20만원대에 판매되는 NFC 단말기를 일반 매장에서 도입하는 것부터 상당한 부담"이라며 "200만 곳에 보급한다고 가정하면 기기 단가 규모만 4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홍보비, 사후 관리비까지 고려해본다면 더 큰 규모의 투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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