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백진호 기자]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단장과 홍선표 연구위원 연구팀이 코 속 혈관과 림프관의 3차원 정밀지도를 만들었다.  

IBS에 따르면 해당 지도는 코로나19 증상 원인 파악, 비염치료 개선 등 비강면역 연구의 새로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코는 후각을 담당하는 감각기관인 동시에 외부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이다. 외부공기를 데우고 습도를 높여주며, 비강의 점막은 외부의 병원균과 이물질을 막아주는 최초의 면역 장벽 기능을 한다.

혈관 연구단은 점막상피세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섬모상피세포가 코로나19 초기 감염·증식의 주요 표적임을 규명하고, 비강 내 백신 투여로 점막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효과적인 코로나19 예방·치료 전략임을 밝혔다.  

비강면역을 형성하려면 면역세포의 활성 못지않게 미세혈관과 림프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면역세포가 림프절로 이동하고 다시 비강점막으로 돌아오는 통로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강 내 복잡한 구조 때문에 미세혈관과 림프관의 공간분포나 상호 연결 같은 3차원적 구조와 세포 수준의 특성을 아직까지 밝히지 못했다.

연구진은 세포나 조직에서 특정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에 형광물질로 표지한 후 단백질과 반응시켜 그 위치를 관찰할 수 있는 면역형광염색법을 활용했다. 해당 첨단 시각화기술로 생쥐와 인간 비강 내 미세혈관과 림프관의 3차원 미세지도를 완성하고, 비강의 형태학적 구조를 넘어 면역 반응에 대한 분자세포적 수준의 특성을 단일세포 유전자 분석법을 병행해 규명했다.

분석 결과, 일반적인 모세혈관 외에 정맥혈이 순환하는 정맥동 혈관이 비강 내 넓은 범위에 걸쳐 분포하고 있음을 파악했다. 뾰족한 말단을 가진 비전형적인 림프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수한 분포도 볼 수 있었다. 일반적인 림프관의 말단은 둥근 형태다. 이 같은 혈관과 림프관의 분포는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균에 대한 면역반응을 수행하기 위해 특화한 것으로, 정맥동 혈관에서 면역세포 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VCAM1 단백질이 특이하게 발현했으며, 비전형적 림프관 내에는 다른 장기의 림프관보다 많은 수의 면역세포가 이동 중이었다.

연구진은 알레르기 비염·코로나19의 실험동물 모델을 이용해 비강 내 혈관 변화를 관찰했다. 비염에 의해 정맥동 혈관이 위축되고, 코로나19에 의해 염증화가 일어났다. 나이가 들며 정맥동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병증으로 비강 내 생리기능과 면역기능이 약화함을 알 수 있었다.

고규영 단장은 "코로나19 이후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미지의 감염병 '질병X'에 대한 우려와 호흡기 감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감염의 표적이 되는 코와 인후의 면역반응이 중요하며,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혈관과 림프관의 작용을 이해하는 것은 감염병 예방과 치료법 연구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복잡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비강 내 혈관과 림프관의 3차원 미세지도를 완성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며 "비강면역 개선과 비강 내 약물투여연구에서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심혈관 연구'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으며, 3월 21일(한국 시각)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