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3.03.27 12:24
윤경림 사장 (사진제공=KT)
윤경림 KT 차기 대표 내정자가 27일 이사회에 사퇴 의사를 전했다. (사진제공=KT)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KT의 경영 공백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앞으로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KT는 27일 윤경림 차기 대표 내정자가 사퇴를 결정하고 KT 이사회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차기 대표 선임을 위한 정기 주주총회가 불과 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윤 내정자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선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윤 내정자의 사퇴로 KT는 4월부터 리더 공석 상태에 빠지게 된다. 후보자 물색과 주총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KT 차기 대표가 선임돼도 올 하반기부터 업무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의 의사 결정이 필요한 조직 개편, 상무급 이상 임원 인사, 계열사 투자 유치·상장 추진 등이 상반기에는 모두 이뤄질 수 없게 됐다.

KT는 우선 회사의 조기 경영 안정화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경영 안정화를 위해 두 가지 카드를 던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KT 정관상 사장급인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나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이 대표 대행을 맡아 차기 대표 선출 전까지 KT를 임시로 이끌 가능성도 있다. 과거 이석채 전 KT 회장이 검찰 수사로 중도 사퇴했을 때, 표현명 당시 KT 텔레콤&컨버전스 부문 사장이 임시대표를 맡아 KT를 운영한 전례가 있다.

상법상 신규 대표가 선임되기 전까지는 전임 대표였던 구현모 KT 대표가 임시 대표를 수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표의 공백을 채워야 할 KT 이사회도 사내이사 부재와 주주들의 사외이사 연임 반대에 처해 있다는 점이 문제다.

윤 내정자는 KT를 함께 이끌 사내이사로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 송경민 KT SAT 대표(사장)를 선임하고 주총에 안건으로 올렸다. 하지만 윤 내정자의 사퇴로 이들 사내이사의 신규 선임 건은 없던 일이 됐다.

사외 이사진은 기존 사외이사였던 이강철, 벤자민 홍 이사가 연초 사퇴한 데 이어 신규 사외이사로 내정한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도 이사 자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강충구·여은정·표현명 KT 사외이사의 재선임이 이번 주총에 안건으로 올라오지만, 통과는 불분명하다. KT 1·2대 주주인 국민연금·현대자동차를 넘어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도 3명의 사외이사 연임을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4월 이후 KT 이사회는 김대유·유희열·김용헌 3명의 사외이사만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차기 대표 선임이라는 이사회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KT는 차기 대표 선임과 이사회 개편이라는 중요한 작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될 전망이다.

때문에 윤 내정자가 사퇴를 공식화하며 KT 지배구조 개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여당·대주주의 뜻에 따라 새로 꾸려지는 KT 대표 인선자문단을 중심으로 차기 대표 물색에 나설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혼란 속에서 KT 노조는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경영 공백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의 외압이 무엇보다 문제지만, 조합원이 참여해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수립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KT 안팎에서는 비상기구를 세우더라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이사회 재구성을 꼽는다. 

후보 공모가 다시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재공모 과정에서 명단이 공개된 사내외 후보자들의 재도전 여부가 관심사다. 구 대표에 이어 윤 사장도 백기를 드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대표 도전자들의 압박감이 크다.

현직 KT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내 후보자에 대해서는 규정에 따라 대상자가 정해져 있지만, 18명의 외부 후보자는 재공모에 나설지 또는 새로운 인물이 나올지에 대한 여부를 알 수 없다.

윤경림 사장과 이사회 면접 대상에 꼽혀 차점을 거둔 임헌문 전 사장, 박윤영 전 사장, 신수정 부사장이 있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재차 공모를 진행할 때 기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다른 후보자들은 새로운 경쟁 요소를 내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입김도 대표 재공모에 중요한 요소다. 국민연금 같은 주요 주주 외에 다수의 외국인 투자자와 국민 소액주주를 만족시켜야 할 점도 재공모의 필수 요소다. 

재공모까지는 디지코가 후보 심사에서 중요한 항목이었지만, 새 공모에서는 정치권 외압의 회사 리스크 노출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을 회복하는 일이 새 대표의 덕목과 과제가 됐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