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04.06 14:50
얼티엄셀즈 오하이오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얼티엄셀즈 오하이오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 한파 속에서도 배터리 업계는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환율 상승과 전기차 수요 증가가 맞물린 덕이다. 단, 배터리 3사 중 SK온은 웃지 못할 전망이다.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흑자 전환 목표가 또 다시 늦춰질 분위기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는 매출 8조3707억원, 영업이익 4847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2.77%, 87.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SDI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31.72% 증가한 5조3337억원, 영업이익은 21.63% 증가한 392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1205.7원)보다 6.1% 올랐고, 전기차 수요도 크게 늘어난 것이 실적 상승의 배경이다. 매출의 과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는 통상적으로 환율이 오를수록 매출이 증가한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이 지속 중이며, 고객사의 신차 가격 인하 효과로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1분기 배터리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수요도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글로벌 전기차 수는 총 151만4000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6% 증가했다. 특히 국내 배터리사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테슬라, 폭스바겐, BMW가 각각 세계 점유율 2, 3, 9위를 차지하며 굳건한 수요를 이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테슬라 '모델3', 포드 '머스탱 마하-E', 폭스바겐 'ID.3·4' 등의 판매 호조로 51.9%의 점유율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SDI는 아우디 'E-트론', BMW 'i4·iX'의 인기와 리비안의 픽업트럭 'R1T/S'의 판매량 증가가 실적 호조에 영향을 미쳤다.

SK온 서산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온 서산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반면, 2021년 10월 출범 이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SK온은 올해 1분기에도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전망이 적중할 경우 6분기 연속 적자다.

지난달 실적 전망치를 발표한 증권사 3곳의 평균을 낸 결과, SK온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조68억원, 영업손실은 2943억원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1조2600억원)은 238.6% 증가했지만, 영업손실(-2730억원)은 213억원 확대됐다.

SK온은 수익성 개선보다 대규모 수주와 설비 증설 등을 통해 CAPA(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예상보다 길어지는 적자 기조가 우려를 낳고 있다. 당초 SK온은 지난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았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자 최근 흑자 전환 시점을 2024년으로 늦춰 잡았다. 

SK온의 올해 1분기 적자는 주요 고객사인 포드와의 불확실한 협력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지난해 포드와 진행하던 튀르키예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포드는 지난달 중국 CATL과 배터리 공장 건설에 관한 전략적 협업을 발표했다. 또 포드의 주력모델인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 사전품질 검사 중 SK온의 배터리 결함으로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생산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1분기 가동 예정이었던 미국 조지아 2공장을 앞당겨 상업 가동해 초기 가동비용이 선반영된 것도 적자 요인에 기인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연말부터 상업가동 시작된 미국 조지아 공장 수율 안정화가 여전히 더디게 일어나며 고정비 부담이 높은 데다, 임직원 격려금 등 일회성 비용도 발생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SK온은 지난해 991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기본 격려금 300만원에 지난해 연봉의 10%를 더해 격려금을 지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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