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3.04.21 13:00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운영 재원의 일부를 정부 출연금으로 충당하며, 국가 연구역량을 좌우한다. 그런데 출연연구소의 핵심인 연구원들이 출연연을 떠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2017~2021년까지 1050명이 출연연을 떠났다. 이들의 퇴사 이유는 여러 가지일 텐데, 낮은 처우가 가장 유력하다. 더 많은 보수를 주는 교육계나 산업계로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연의 연봉을 발표했다. 2021년 기준 25개 출연연 초임 평균 연봉은 4262만원이었고, 정규직 평균 연봉은 9178만원이었다. 억대 연봉을 받으려면 학위 과정 포함 최소 20년 이상 연구를 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박사급 초임 연봉 상여금을 포함해 1억3000만원에 달한다. 출연연보다 3배 가까이 많다. 

과학기술계는 인력 유출이 지속적으로 느는 데 우려를 표한다. 이런 가운데 파격적 조건으로 우수 인재 유치에 나선 우주항공청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는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정부는 우주청에 많은 힘을 실었다. '공무원보수규정'을 바꿔 우주청장이 정한 기준에 맞춰 예산 범위 내에서 급여를 줄 수 있도록 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의 연봉이 2~3억원인 점을 고려해 임금상한선을 없앴다. 이렇다면 우주청장(차관급)의 연봉(약 1억3500만원)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직원도 생길 수 있다.  한마디로 '파격적인 대우'라고 말한다.

모든 인재는 더 좋은 조건을 원한다.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가 우주청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출연연의 인력 유출을 부추겨 과학기술 연구역량을 떨어뜨릴 것이다.

정부도 출연연의 현실을 알고 있다. 과기부는 출연연의 우수 인재 확보·육성을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과기부는 임무 기반 창의·도전형 R&D 지원, 고경력 핵심 연구자 유치·활용 등 임무 중심, 채용 제도, 총인건비 관리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과기부의 시도는 좋다. 하지만 우주청과 유사한 수준의 처우 개선이 있어야 한다. 저임금 문제 해결이 먼저일 것이다. 

2015년부터 출연연에 적용한 임금피크제를 없애고, 임금상한선을 폐지해 능력 있으면 연차에 상관없이 억대 연봉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주청과의 격차가 줄고 '저임금' 구조를 없애 인재를 모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과학기술 초강국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서는 출연연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는 출연연의 처우를 우주청 못지않게 개선해야 한다. 고착화된 저임금 구조에서 '자발적 애국심'에만 호소한다면 결코 좋은 인재를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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