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3.04.20 00:17

"韓 비우호적 입장 취해"…러시아 무기 北 공급 의향도 비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사진=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블로그 캡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사진=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블로그 캡처)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러시아는 해당 발언에 대해 이는 '전쟁 개입'을 뜻한다며 즉각 경고하면서 양국 간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무기 공급의 시작은 특정 단계의 전쟁 개입을 간접적으로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전체 과정에서 다소 (러시아에) 비우호적 입장을 취해 왔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텔레그램을 통해 "최근까지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살상 무기 제공 가능성도 배제한다고 분명히 말했었다"며 "(그러나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의 무기가 우리의 파트너인 북한의 손에 있는 것을 본다면 (한국 국민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며 "이는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주고받는 대가)"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정법을 쓰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이는 경우에 따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검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 역시 이런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국이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지 1년여 만에 무기 제공 의향을 처음 내비쳤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경고는 지난해 10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을 지목하며 무기 지원을 경고한 지 6개월 만이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을 제공하면 한러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자, 이날 오후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코멘트하지 않고자 한다"며 정면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어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내용을 정확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우리나라는 인도적 차원에서 의약품, 전투식량 등 비살상 물품만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 입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온라인에 대거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 문건에는 33만 발 규모의 한국산 155㎜ 포탄을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로 이송하기 위한 일정표로 추정되는 문서가 포함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탄약 지원 계획을 한국에 요청했고, 한국은 이를 거절하기 어려워 폴란드로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지난 12일에는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한국이 포탄을 지원하도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한국의 역할에 대한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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