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5.10 16:10

투자자 신뢰 잃고 사내에서는 '돈 못 버는 부서' 인식↑
단독리서치, 제도권 편입 앞둬…애널 이탈 가속화 '촉각'

여의도 증권가. (사진=유한새 기자)
여의도 증권가.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증권가의 꽃'이라고 불렸던 금융투자분석사(애널리스트)의 명성이 바닥을 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은 지 오래고, 증권가 애널리스트 출신인 한 독립 리서치 대표는 증권가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대해 '길바닥에 떨어진 10원짜리보다 못하다'고도 지적했다.

대내외적으로 비판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립 리서치가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있어 증권사에 속한 애널리스트들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애널리스트 수는 1065명으로, 지난 2010년 1575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여년 만에 500명 넘게 감소했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는 애널리스트가 5명 미만인 곳도 태반이다.

발간되는 종목 리포트 숫자도 2020년 2만3032개, 2021년 2만1798개, 지난해는 2만283개로 매년 1000개 넘게 줄어들고 있다. 애널리스트 숫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올해에는 발간되는 종목 리포트도 2만개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애널리스트를 대체할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나면서 입지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의견도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펀드 광풍'이 불면서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규모가 확대됐고, 그만큼 애널리스트의 역할도 컸다. 그 당시 리포트를 구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여의도를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의 창구가 훨씬 넓어졌다.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증권사 리포트를 쉽게 볼 수 있으며,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 얻기도 쉬워졌다.

특히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는 유튜브에서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며 국내 증시에서 이차전지 열풍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유튜브 방송 누적 조회수는 1000만회를 돌파했고, 저서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다.

또한 리포트에 대한 신뢰도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많이 추락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10대 증권사에서 발간한 리포트 중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면 모두 '매도' 의견 리포트 비율이 0%였다.

리서치센터 주요 업무가 법인영업인 점을 감안하면 '매도' 의견은 해당 기업과 등을 질 수 있어 영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은 쉽게 매도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널리스트의 증권사 내에서 입지가 줄어든 것은 플랫폼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사실상 국내 리포트 제공 시스템을 독점하고 있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는 "국내 한 중형 증권사가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지난 3년간 수취한 수익이 8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클릭당 수익은 평균 10원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비용 무수익 부서라는 오명으로 리서치센터는 계속 축소되고 있다"며 "펀드 규모가 축소되면서 법인영업의 매출이 감소한데 따른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애널리스트들에게 이런 위기가 찾아온 가장 큰 이유는 무료로 발간되는 보고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애널리스트가 대내외적으로 지적받는 '동네북' 신세로 전락하자 증권사에서 이탈해 독립 리서치를 세우는 애널리스트들도 많아졌다.

독립 리서치는 기존 증권사 내 설립된 리서치센터와 달리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시장 상황을 조사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리서치 제공 회사를 말한다.

최 대표 역시 2007년 유화증권에 입사한 후 2015년까지 10년 가까이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그후 회사에서 나와 2016년 리서치알음을 세웠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도 키움증권에서 투자전략팀장을 지냈다.

독립 리서치는 아직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아 금융투자업이 아닌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이 올해 초 "애널리스트의 성과평가 체계 개선 등을 통해 (증권사) 리서치보고서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독립리서치회사(IRP)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이에 증권사에 속한 애널리스트의 이탈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경제 논리상 수익을 낼 수 없으면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며 "앞으로 리서치부서가 수익을 내고 독자생존하기 위해서는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지적재산권으로 인정하고, 리포트 판매가 가능하도록 허가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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