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7.07 13:42

정영채 "정확한 기업 분석으로 객관적 평가 집중해야"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차진형 기자)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차진형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증권사의 '매수 일색' 리서치보고서에 대한 금융당국의 비판이 강해지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 영업구조 때문에 매도 의견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와 전문가 모두 '매수·매도' 의견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평균 '매수' 의견 리서치보고서 비중은 91.0%로 나타났다. '매도'를 제시한 리서치보고서는 0.1%에 불과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매수 일색' 리서치보고서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금융당국도 올해 들어 지적의 빈도가 많아졌다.

지난 3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증권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리서치보고서 문제를 지적하며 "국내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의 객관성·신뢰성 제고 문제는 그간 오랜 과제였던 만큼 제대로 개선될 수 있도록 업계가 함께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지난 5일에는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이 국내 증권사 27개 CEO를 소집해 "이제는 올바른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한 증권업계의 일치된 문제 인식과 자정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하지만 올해 3월부터 주요 증권사와 함께 운영 중인 '리서치 관행 개선 TF' 논의 과정을 지켜본 결과 그간 관행에 대한 자성 없이 시장환경만 탓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업계는 당장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증권사의 리서치센터는 법인영업부서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증권사로서 기업들은 기업금융(IB) 부문의 주요 고객이다 보니 고객들의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매도 의견을 내기란 쉽지 않다.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리서치센터가 IB, 리테일부서에 밀려 '돈 쓰는 부서'로 전락하면서 회사 내부에서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부서에 악영향을 주는 리서치보고서를 내면 회사 내부에서도 눈총을 살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의 반발도 애널리스트들에겐 부담이다. 

지난 4월 12일 하나증권의 한 연구원은 당시 이차전지 열풍을 주도하고 있던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했다. 지난 11일 76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던 에코프로는 매도 의견 리포트에 영향을 받아 주가가 급락하며 12일에는 64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해당 연구원은 "끝까지 이성의 끊을 놓쳐선 안된다"며 16장 분량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협박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내면 해당 기업으로부터 컴플레인이 들어오고, 투자자들에게는 심하면 협박까지 당한다"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매도 의견을 내겠나. 부담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선 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이 어느 정도 부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보고서의 매수·매도 의견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5일 '증권사 영업 관행 개선을 위한 증권업계 CEO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공매도가 허용되지 않은 시장에서 매도 의견 리서치보고서를 내기는 어렵다"면서도 "관점 자체를 매수·매도라는 개념보다 기업을 정확히 분석해 객관적 평가 자체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리서치보고서는 객관적인 분석을 담은 자료인데, 매수·매도 의견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자의적인 해석"이라며 "결국 매수·매도는 투자자들의 판단인데, 증권사에서 판단을 내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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