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5.12 18:10
롯데백화점 잠실점 전경. (사진제공=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사진제공=롯데백화점)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한국전력이 여의도에 소재한 남서울본부 매각을 공식적으로 밝힌 가운데, 해당 부지를 차지하기 위한 재계의 물밑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롯데의 여의도 진출설이 집중 거론된 만큼, 이번에도 롯데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12일 한전은 누적된 적자로 경영 어려움이 가중되자 여의도 남서울본부 빌딩 등 자산 매각에 나서 오는 2026년까지 25조7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전의 여의도 남서울본부 빌딩은 약 9917㎡(약 3000평)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 남서울본부가 자리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은 2021년 7월의 토지 거래가 가장 최근 거래로 나타난다. 당시 8264㎡(약 2500평) 규모에 3030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한전은 이날 배포 자료에서 남서울본부의 매각가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한전이 실거래가 이상의 금액을 원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크게 얼어붙은 것과 별개로 여의도 ‘노른자’ 입지 프리미엄을 붙여 최대 베팅금액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에서는 해당 부지에 관심이 보일 만한 1순위자로 롯데를 지목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 방역 해제로 유통 빅3(롯데·신세계·현대)의 오프라인 쇼핑몰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는 만큼, 롯데에는 분위기를 전환할 '한 방'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신세계가 보여준 ‘여의도 스타필드’ 작전도 좋은 선례로 작용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지스자산운용과 연합해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전에 참전한 바 있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IFC몰을 인수해 여의도 스타필드를 완성시켜 인근의 ‘더현대 서울’를 잠식하겠다는 야심이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2021년 2월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을 개장해 그해 매출 8000억원이 넘는 잭폿을 터뜨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본점과 잠실점 리뉴얼 등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경쟁사들과 비교해 보면 보수적 움직임으로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난 인상을 준다”며 “여의도 핵심 상권에 프리미엄 쇼핑몰을 마련할 기회가 찾아온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의도에 소재한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전경. (사진제공=현대백화점)
여의도에 소재한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사진제공=현대백화점)

관건은 자금 동원 능력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의 현금유동성이 예전과 같지 않은 만큼, 롯데의 여의도 상륙은 쉽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롯데쇼핑으로 한정할 경우, 지난해 회사 차입금 및 사채는 4조8948억원으로 전년 3조5647억원과 비교할 때 37.3% 급증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1조8008억원으로 전년 2조3987억원보다 24.9% 줄어들어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다.

롯데지주는 지난 3월 2조7000억원을 쏟아부어 인수를 마무리한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자금 수혈에 신경이 곤두선 상황이다. 계열사 현금지원 여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도맡았던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9323억원, 영업손실 262억원을 기록하며 인수 후유증을 겪고 있다.

한편, 롯데·신세계·현대 '빅3' 백화점은 올해 시설 리뉴얼과 신규 점포 투자를 위해 총 1조2357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신규점 프로젝트와 기존점 리뉴얼에 총 5868억원을 투자한다. 이어 롯데백화점은 3889억원을, 현대백화점이 2600억원을 쏟아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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