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05.28 08:00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생산라인. (사진제공=현대차그룹)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생산라인.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대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28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1080만2000대로 전년(671만3000대)보다 60.9%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270만2000대가 신규 등록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207만5000대) 대비 30.2% 증가했다. 

기업들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전기차가 대중화되고, 충전기가 소비자들의 필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기존 업체를 인수합병(M&A)하거나 자체 사업을 출범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충전 시장 주도권 선점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5일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애플망고를 '하이바차저'로 사명 변경하고, 4종의 충전기 제품을 공개하며 전기차 충전 솔루션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LG전자는 2018년 전기차 충전 솔루션 선행 개발을 시작으로, 2020년 GS칼텍스가 오픈한 미래형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 통합 관리 솔루션을 공급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6월 GS에너지, GS네오텍과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하이바차저 지분을 인수했다. LG전자가 지분 60%, GS에너지와 GS네오텍이 각각 34%와 6%를 취득했다. 지난해 11월 조직개편에서는 EV충전사업담당을 신설하기도 했다.

LG전자는 B2C·B2B 사업을 통해 맞춤형 복합 충전소 건설도 추진할 계획이다. 성장 확대 폭이 큰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 출시와 함께 현지 충전 사업자와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2일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에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초고속 충전기 3000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의 초고속 충전기에 전기차 충전 서비스 플랫폼(E-CSP)과 전기차 충전 기술 플랫폼(E-CTP)을 적용한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는 지난 2021년 12월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돼 현대차·기아의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국내 1위 초고속 충전사업자로 도약할 방침이다.

SK그룹은 미국 내 점유율 1위, 글로벌 2위 급속 충전기 업체인 시그넷 인수를 시작으로 총 8개 계열사가 전기차 충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K시그넷은 지난 2021년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시그넷이브이를 약 3000억원에 인수됐다. 지난해 16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두며 현재 미국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으며, 수출 비중도 90%에 달한다. 오는 6월부터 초급속 충전기를 연간 1만기 생산 가능한 미국 텍사스 공장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SK E&S도 지난 2021년 미국 전기차 충전기업인 에버차지를 인수했고, 5600개 이상의 주차장 네트워크를 보유한 자회사 파킹클라우드와 연계한 충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민간 급속충전기 운영사 에스에스차저를 인수해 SK일렉링크로 재출범시켰다. SK일렉링크가 운영하는 충전기는 지난해 8월 1100여 기에서 이달 2200여 기로 두 배가량 늘었다.

LS그룹은 가스판매업체 E1과 공동 투자해 LS 이링크(E-LINK)를 설립했다. LS는 LS이링크를 콘트롤 타워로 삼아 그룹 내 전기차 충전 분야 사업 역량을 집결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한화모티브의 전기차 충전기 디자인. (사진제공=한화큐셀)
한화모티브의 전기차 충전기 디자인. (사진제공=한화큐셀)

한화그룹은 지난해 태양광사업을 하는 한화큐셀에서 전기차 충전사업 브랜드인 '한화모티브'를 출시했다. 한화 계열사 건물 주차장과 상업용 빌딩 주차장을 시작으로 현재 200여 곳 이상의 충전소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유통업계도 전기차 충전시장 확장에 한창이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I&C)는 지난해 10월 전기차 충전 서비스 '스파로스 EV'를 출시하고, 전국 지역에 충전기 인프라 1100여 기를 확대했다. 오는 하반기에는 충전소 개소를 준비 중이다.

롯데그룹은 자회사 이브이시스를 통해 2025년까지 급속·중급속 위주의 EVSIS 충전기 1만3000기 이상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브이시스는 초급속(350kW)·급속(100kW)·중급속(30kW)·완속(7kW/11kW) 충전에 이르는 전기차 충전기 모든 제품군에 대한 유럽 CE 인증 획득했으며, 미국 UL 인증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는 기업들이 전기차 충전 사업의 밸류체인을 갖춰 기존 사업과 연계 추진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충전 시장이 전동화 전환 추세와 맞물려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독일 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는 2023년 550억달러(약 76조원)에서 2030년 3250억달러(45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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