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6.01 11:28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 '소쿠리 투표' 논란 때도 감사원 직무감찰 막아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선관위에서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 관련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선관위에서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 관련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1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감사 거부 방침을 밝혔다.

감사원 감사는 기관이 국가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들여다보는 '회계검사'와 기관 사무·직무에 대한 '직무감찰'로 나뉜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달 31일 "선관위를 대상으로 채용, 승진 등 인력관리 전반에 걸쳐 적법성과 특혜 여부 등을 정밀 점검할 것"이라며 직무감찰을 예고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의 경우 선관위가 독립성을 이유로 감사를 거부해 온 '선거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 인사 행정 문제이므로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선관위는 감사원으로부터 회계검사는 정기적으로 받고 있으나, 독립성 침해의 우려가 있어 직무감찰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감사원으로부터 회계검사가 아닌 직무감찰을 받는 선례를 만들 경우 향후 정치자금이나 불법 선거 관련 조사에 감사원이 개입할 여지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선관위는 또 국가공무원법 17조에 규정된 '선관위 소속 공무원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한다'는 내용을 감사원 감사를 받을 수 없다는 근거로 들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에서 불거진 '소쿠리 투표' 논란 때도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한 바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선관위를 상대로 정기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정기감사 착수 당시 "3년마다 선관위에 대해 회계나 단순 행정에 대해 감사했고, 이번에는 대선 선거관리 업무에 대한 직무 감찰도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선관위에 '소쿠리 투표' 관련 자료도 요청했다.

이에 선관위는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문서를 감사원에 보내면서 감찰을 거부했고, '소쿠리 투표' 관련 감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선관위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이번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두고도 감사원과 선관위의 충돌은 반복될 것으로 관측된다. 

감사원은 조만간 선관위에 공식적으로 관련 자료를 요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선관위가 특혜 채용 관련 자료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이번에는 선관위가 감사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혜 채용 의혹으로 선관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신뢰 또한 바닥에 떨어진 만큼, 자체 조사 대신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감사원은 지난 2019년 선관위 정기감사 때도 2016년 경력직원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 훼손을 지적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들어 감사원 감사를 밀어붙이는 양상이다.

하지만, 선관위 관계자는 "법률상 근거가 있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수사기관의 수사, 국회 국정조사는 받을 수 있지만 근거가 없는 감사원 직무감찰은 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더불어 이 관계자는 "2019년 채용 과정 관련 감사는 회계검사에서 파생된 사안이며 직무감찰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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