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3.06.02 13:57

선관위 "행정기관 아닌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 아냐"
감사원 "독립성 존중 차원에서 감사 자제한 것일 뿐 대상 맞아"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관위원회의에 참석해 감사원 감사 거부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관위원회의에 참석해 감사원 감사 거부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감사원은 정당한 감사 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라며 엄중 대처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선관위는 2일 노태악 선관위원장 주재로 과천청사에서 위원회의를 열고, 일부 고위직 공무원의 자녀 채용 관련 특별감사 후속 조치, 외부기관 조사, 후임 사무총장·차장 인선 등 현안을 논의한 결과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단, 선관위는 위원회의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국회의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헌법 제97조에 따른 행정기관이 아닌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며 국가공무원법 제17조제2항에 따라 인사감사의 대상도 아니므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에 위원들 모두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헌법 97조에는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고 돼 있는데, 여기에서 거론된 행정기관에는 선관위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선관위의 주장이다.

아울러, 국가공무원법 17조 2항에는 '국회·법원·헌법재판소 및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의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의 명을 받아 국회사무총장, 법원행정처장, 헌법재판소사무처장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무총장이 각각 실시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선관위가 감사원의 인사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한 셈이다. 

선관위는 또 "헌법과 감사원법상 감사는 회계검사와 직무감찰로 구분되며, 회계에 속하지 않는 일체의 사무에 관한 감사는 직무감찰에 해당하므로 인사사무에 대한 감사 또한 직무감찰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특히 그간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라며 "이에 따라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특별 감사에서 자녀 특혜 채용 의혹 정황이 드러난 박찬진 사무총장 등 고위직 4명은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아울러 가족채용 전수조사 범위를 4촌 이내 친족까지 확대해 이달 중 마무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선관위는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사무총장, 사무차장, 제주선관위 상임위원, 경남선관위 총무과장 등 4명을 오늘 경찰청에 수사 의뢰 하고, 부적정하게 업무를 처리한 관련 공무원 4명을 다음주 중 징계의결을 요구한다"고 피력했다. 계속해서 "위원회에 근무 중이거나 근무했던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족까지 범위를 확대해 가족채용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6월 중 마무리한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의원면직 처리한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의 후임 인선 절차에도 나선다. 선관위는 앞서 발표한 '인사제도 개선 및 조직 혁신 방안'에서 외부 인사의 정무직 임명을 대비해 정무직 대상 인사검증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관위는 "사무총장 등 정무직 인사는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며 "사무총장은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통해 검증하고, 위원회 의결로 임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사무차장은 다수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통해 검증하고, 위원회 의결로 임용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날 감사원은 선관위의 결정에 대한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정당한 감사 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감사원법 제51조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는 사람은 처벌할 수 있다는 감사원법 조항을 근거로, 선관위를 상대로 고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담당하는 선거 관련 관리·집행사무 등은 기본적으로 행정사무에 해당하고, 선관위는 선거 등에 관한 행정기관이므로 감사 대상"이라며 "그간 선거관리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감사를 자제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선관위가 감사 거부의 이유로 들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17조는 인사 사무 감사를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 규정은 행정부(인사혁신처)에 의한 자체적인 인사 감사의 대상에서 선관위가 제외된다는 의미"라며 "선관위 인사사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배제하는 규정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를 제외한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공무원 직무'를 감찰 대상으로 둔다는 감사원법 24조를 선관위 직무감사가 가능한 근거로 제시했다. 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기관이 '국회·법원·헌법재판소' 3곳만으로 명시돼 있고, 여기에 선관위가 포함되지 않는 이상 직무감찰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감사원은 선관위가 이미 인사 업무 관련 감사원 감사를 계속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지난 2016년과 2019년에 각각 인사업무 부당처리로 감사원으로부터 직원 징계 요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