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06.06 12:00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이 나이라면 독거노인 지원부터 받아야 한다고 저희끼리 자조하곤 해요." 

기자와 만난 은둔형 외톨이 김주영(가명) 씨는 올해 한국 나이로 39살. 만으로는 37살이다. 그는 자신과 같은 은둔형 외톨이 사이에선 노인과 다름없는 나이여서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한탄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많은 국가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때부터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이들을 향한 정부의 지원은 최근에서야 첫발을 뗐다.

하지만 정책의 방향은 '청년'에게만 집중되어 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진행한 실태 조사는 19세부터 39세로 한정했다. 현재까지 제정된 15개의 지자체 조례도 모두 청년 만이 대상이다. 중년 은둔형 외톨이는 사각지대에서도 사각지대에 방치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의 '허리'이자 고독사에 취약한 중년 은둔형 외톨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우리나라 고독사 사망자의 약 70%는 40~60세 중년층으로, 이 중 상당수가 은둔형 외톨이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대두된 일본은 이미 중년 히키코모리로 애를 먹고 있다. 과거 일본 정부도 청년 만을 대상으로 히키코모리를 지원했다. 그 결과 방치된 중년 히키코모리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80대 고령 부모가 50대 은둔형 외톨이 자녀를 부양하는 '8050 문제'가 심화했고, 중년 히키코모리의 범죄마저 언론에 집중 노출되면서 이들을 향한 시선은 더욱 부정적으로 변해갔다. 

일본 정부는 최근에서야 중년 히키코모리를 위한 정책을 마련했으나, 뒤늦은 대처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일본의 양상과 유사하다. 지금처럼 청년 위주의 지원만 고수한다면 일본의 전례를 따라가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주변 국가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중년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정책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빛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구석구석 비추는 정책이 결국 실효성으로 이어진다. 편중되지 않고, 여러 사람이 정책적 효과를 함께 누리는 좋은 정책을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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