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06.11 08:00

부진 타개 묘수찾기 초점…"대형 시설투자·M&A, 보수적 결정 가능성 높아"

삼성전자 깃발. (사진=뉴스1)
삼성전자 사옥. (사진=뉴스1)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수출 급감에 따른 실적 부진 속에서 삼성·SK·LG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하반기 전략회의를 잇따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룹사들은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 대응책을 찾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진을 타개할 묘수를 찾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말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영업 전략을 세우는 자리다.

업계는 올해가 '삼성 신경영 30주년'을 맞이한 해인 만큼 이번 전략회의의 의미가 남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 주요 임직원이 온·오프라인으로 한자리에 모여 사업 전략과 위기 대응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추후 사업전략 등을 보고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부회장이 이끄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20∼22일 전략회의를 갖는다. 이번 전략회의에서는 부진 흐름을 걷고 있는 가전사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 1분기 TV·가전 사업 부문은 지난 동기 대비 76.2% 급감한 1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2분기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북미와 유럽 등 7개 주요 가전 해외법인에 본사 인력을 파견하는 등 경쟁력 제고 방안 찾기를 집중하고 있으며, 이번 전략회의에서 추가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7월 말 서울 언팩에서 공개할 하반기 전략 제품인 '갤럭시Z 폴드5·플립5'의 마케팅 전략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도 20일 전략회의를 예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요 위축과 재고 조정 등의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 사업 부진의 타개책을 강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열린 '2022년 SK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열린 '2022 SK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SK그룹은 15일 경기 이천시의 SKMS연구소에서 '2023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등과 함께 SK그룹 최고경영진이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3대 연례 회의다. 확대경영회의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이 참석해 상반기 경영 현황을 점검과 하반기 경영전략을 세운다.

매년 상반기 전략회의를 여는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주재로 지난달 8일부터 계열사별 전략보고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략보고회에서는 LG전자와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해 고객과 시장변화에 대한 분석,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등 중장기 전략 방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직 구체적인 전략회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매년 7월 한국에서 글로벌 법인장 회의를 열어 권역별 전략과 글로벌 전체 전략을 점검해 왔다. 이에 따라 올해도 같은 기간 전략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7월 하반기 경영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VCM(계열사 사장단 회의)을 연다. 신동빈 회장과 각 계열사 대표 등이 참석하는 VCM에서는 경제 위기 속 지속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 다뤄질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각 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적 경기위축에 대비한 비상경영에 돌입했지만,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낙제점에 가까운 실적 성적표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하반기 역시 이런 경영환경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비용이 큰 신사업 프로젝트나 시설투자, 인수합병(M&A) 등에서 보수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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