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06.22 15:15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배터리 미국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배터리 미국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도 불구하고 북미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이에 공급망 안정화를 적극 추진 중이던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배터리 기업 궈시안 미국법인 고션의 양극재·음극재 공장 건축 매입에 '적합' 판단을 내렸다. 

고션은 지난해 10월 미국 미시간주에 23억6000만달러(약 3조3300억원)의 투자 금액으로, 양극재 15만톤, 음극재 5만톤 규모의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일부 미시간주 주민들이 반발했고, 고션은 지난 4월 CFIUS에 자발적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해 안보 위협 여부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지만, CFIUS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반발한 부분은 '해당 회사가 중국과 엮여있는지 여부'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 소재, 부품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IRA 등의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궈시안은 중국 허페이시에 본사를 둔 중국 4대 배터리 업체 중 한 곳이다. 하지만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최대 주주고, 스위스 증시에 상장돼 있어 기준이 모호하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업계는 IRA의 주요 목적인 중국 공급망 견제가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IRA를 우회하면서 중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미국 완성차 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포드는 지난 2월 중국의 최대 배터리 기업 CATL과 협력해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 설립한다고 밝혔다. 포드가 합작회사 지분 100%를 소유, 직접 생산하고 CATL은 배터리 기술과 노하우만 제공한다. 합작사가 아닌 기술 제휴 형식으로 IRA를 피해 가는 것이다.

이외에도 CATL은 호주에서 수입한 리튬으로 LFP 배터리를 제조해 테슬라에 공급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압박 속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중국을 방문해 외교부 장관과 상무부 장관과 만나 중국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CATL이 미국 테슬라 공장에서 부품을 조달받고, 호주산 리튬을 수입해 배터리 만드는 방법으로 테슬라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상하이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미국 완성차 기업들은 아직 중국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풍부한 광물과 광물 원료를 가공해 제품화하는 제련시설이 밀집돼 있다. 상품화를 위해 중국을 거치는 것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또한 단가가 비교적 저렴한 중국 업체의 배터리를 적용하면 전기차 생산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 (사진제공=SK온)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 (사진제공=SK온)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이 터지는 건 우리 기업들이다. IRA 시행에 따라 북미 시장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중국과 다시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추격에 대응해 차세대 이차전지 연구개발 강화와 상용화 시기 촉진 등의 초격차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일본·독일 등의 국가와 협력해 '차세대 전지 기술협력 얼라이언스 구축' 등의 수립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