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7.26 08:50

# ‘A편의점 광희금호점/코코넛음료 A편의점 할인쿠폰을 확인하세요’

25일 2시20분께 회사 근처 편의점에 들어서니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뜬다. 마침 뭘 마실지 몰라 고민하던 차였다. 팝업 창을 누르자 편의점 제품들과 할인 정보가 줄줄이 나온다. 코코넛음료를 터치해 화면에 뜬 바코드를 계산대 직원이 리더기로 읽으니 100원이 할인된다.

[뉴스웍스=김벼리기자] 지난 2013년 6월 애플은 비콘(Beacon)을 활용한 ‘아이비콘(iBeacon)’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비콘 서비스의 서막을 열었다. 아이폰·아이패드 등 iOS 사용자가 아이비콘 근처에 오면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신호를 보내는 서비스다. 음식점 앞에서는 음식 메뉴 정보 및 할인 쿠폰을, 유명 관광지 근처에서는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식이다.

당시 관련 업계에서는 ‘유통업체 영업 방식의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등 낙관적인 전망들이 곳곳에서 나왔다.

3여년이 지난 현재. 비콘 서비스는 어느 수준에 이르렀으며, 그동안 드러난 긍정·부정적 양상은 어떤 게 있을까. 또한 앞으로 비콘 시장은 어떤 양상을 보일까.

편의점에 들어서자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뜬다.(왼쪽) 해당 제품을 터치하자 '직원에게 제시해주세요!'라는 문구 아래 바코드가 나온다.

◆비콘이란?…'5㎝에서 70m까지' 블루투스로 서비스

비콘을 번역하면 ‘신호등’, ‘무선 송신소’, ‘봉화’ 등이다. 따라서 비콘이란 ‘특정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장치 혹은 시스템’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비콘 서비스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마케팅 영역에서 쓰인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한마디로 소비자를 유인할 만한 특정 정보를 전달하는 시스템이 비콘 서비스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장소에 설치한 비콘 단말기와 반경 50~70m 내 스마트폰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이때 단말기와 스마트폰의 정보공유에는 블루투스(Bluetooth), 그중에서도 저전력 블루투스(BLE:Bluetooth Low Energy)가 쓰인다.

지난 1998년 ‘스페셜 인터레스트 그룹(Special Interest Group)’이 개발한 블루투스란 특정 주파수 대역을 활용, 휴대폰·노트북·이어폰 등의 휴대기기를 서로 연결해 정보를 교환하는 근거리 무선 기술 표준이다. 그중에서도 BLE는 배터리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인 블루투스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블루투스 4.0'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비콘 서비스는 왜 GPS나 와이파이(Wi-Fi) 등을 활용하지 않고 굳이 BLE를 도입했을까. GPS를 활용한다면 단말기를 설치하는 등 번거로운 작업을 따로 하지 않아도 위치정보를 활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비콘 서비스가 BLE를 활용한 것은 정확성 때문이다. GPS나 와이파이 등을 이용하면 구체적인 위치정보까지는 파악할 수 없다. 그저 누군가 어떤 가게에 들어갔는지 추측해서 정보를 제공할 따름이다.

그러나 BLE를 활용하면 사용자가 단말기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일례로 아이비콘의 경우 최소 5cm 거리까지 구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LE를 도입함으로써 보다 정밀한 마케팅을 벌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BLE는 근거리무선통신(NFC)보다도 훨씬 효과적인 마케팅 및 결제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애플페이 등 NFC의 운용범위는 일반적으로 최대 10cm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BLE의 작용 범위가 최대 70m에 이른다.

<사진제공=LG이노텍 블로그>

◆빛바랜 기대에도…비콘 시장 진출은 계속

애플의 아이비콘 이후 퀼컴, 페이팔,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비콘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일랜드 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은 세계 비콘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17%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시럽(Syrup)과 얍(YAP) 등이 비콘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1500만명에 달하는 최대 가입자를 보유한 시럽은 서울 강남, 명동, 홍대, 대학로, 건대 등 주요 상권의 음식점, 카페를 대상으로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 또한 SK플래닛에 따르면 결제시스템인 시럽페이의 올해 2분기 결제거래액과 거래건수는 전 분기보다 70% 이상 증가했다.

한편 얍은 블루투스와 고주파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비콘 기술로 매장에 진입한 고객에게만 정보를 전달하는 등 정교한 비콘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 초기 ‘유통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등 높은 기대치를 고려하면 유통업계에서 비콘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달 14일 로플랫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콘 설치 1위 업종은 편의점이었다. 492곳 404곳에 비콘이 설치돼 보급률이 82%에 달했다. 그러나 2위를 차지한 카페의 보급률은 14%에 그쳤으며 제과점이나 금융업, 약국, 의류매장 등은 20여 곳뿐이었다.

미국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워커 샌즈(Walker Sands)가 1400명 이상의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작성한 ‘리테일의 미래 연례 보고서(annual Future of Retail Report)’에 따르면 매장 내 비콘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밝힌 소비자는 올해 6%에 그쳤다.

관련 전문가는 “비콘 시장의 성장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비콘의 장점을 소비자가 인식하기는 어려운 반면 그 단점은 적나라하게 체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비콘을 통해 정보를 받으려면 관련 앱을 내려받아야 하고, 블루투스를 켜지 않으면 정보를 받을 수 없는 점 등이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한계점들이 지적되는 상황에도 나름의 방식을 통해 비콘 시장의 재기를 기도하는 모습은 끊이지 않고 있다.

쌤소나이트는 지난 5월 비콘을 활용해 여행자의 가방 분실을 해결할 수 있는 ‘트랙앤고(Track&Go)’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얍은 지난 6월29일부터 7월1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이하 MWC) 상하이 2016’에 참가해 ‘얍 시티(city)’ 등 진화된 비콘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한 기가레인은 최근 위치정보 솔루션을 담은 비콘을 에버랜드 곳곳에 설치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놀이기구 대기시간, 예약 QR코드 자동 로딩, 공연, 쿠폰 등 다양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이성수 기가레인 사장은 “문화예술시설과 에버랜드 같은 테마파크뿐 아니라 유통, 빌딩관리, 병원, 스포츠 시설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며 비콘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의지를 내비쳤다.

 

미국의 한 미술관. 전시중인 작품앞에 가면 스마트폰 화면에 그림과 작가 설명 등이 자동으로 표시된다. <사진출처=정책브리핑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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