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7.12 16:47
이마트 한 매장에서 유제품이 진열된 모습. (사진제공=이마트)
이마트 한 매장에서 유제품이 진열된 모습. (사진제공=이마트)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라면과 빵, 밀가루 등의 가격 인하를 주도한 정부가 이번에는 우유 가격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유업체를 대상으로 가격 인상은 자제할 것을 요구하며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을 반드시 막겠다는 움직임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서울우유를 비롯해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 유업체 14곳을 불러 유제품 인상 자제를 권고했다. 유업체들은 정부의 물가안정 취지에 공감하지만, 인위적 가격 조정은 명분 없이 힘들다며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지난달 9일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따른 원유가격 인상 폭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애초 지난달 30일까지 협상을 끝낼 예정이었으나 낙농가와 유업계 간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달 19일로 협상 기한을 연장했다. 낙농가는 사룟값 인상 등에 생산비 부담이 커지면서 원유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며, 유업계는 인상폭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다.

소위원회가 정한 가격은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매년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올해 원유가격은 리터(ℓ)당 69~104원 수준의 인상이 거론되는 중이다. 현재 ℓ당 원유 가격은 996원이며, 인상을 최소로 하더라도 ℓ당 1000원 돌파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시점에 정부가 유업체들을 불러모은 것은 유가공 제품가격 인상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조치다. 더욱이 정부는 지난달 말 유가공 제품과 아이스크림류를 제외한 제과·제빵·커피·음료·건강기능식품 등은 국산 우유 사용률이 저조하다며, 원유가격 인상이 물가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발표했다. 해당 공언을 지키고자 유업체들을 불러모아 으름장을 놓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유업체들은 가격 인상 문제를 이분법으로 규정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원유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낙농가가 고통분담에 나서야만 가격 인상을 자제할 수 있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다만 유가공 제품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일부 업체는 분기 영업이익이 700%나 개선돼 이러한 주장이 명분을 잃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출산에 따른 시장 축소와 2026년부터 해외 유제품 관세 폐지로 인한 물량 증대가 예고된 상황”이라며 “매년 제품가격 인상이 이뤄진다면 유업체와 낙농가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흰우유 가격이 평균 한 자릿수 인상인 반면에 가공유는 최소 두 자릿수 인상을 단행했다”며 “정부 압박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사실상 가격 인상의 당위성이 빈약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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