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7.13 17:20
제럴드 구이엇 데스트리 대표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사진=제럴드 구이엇 인스타그램 캡처)
제럴드 구이엇 데스트리 대표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사진=제럴드 구이엇 인스타그램 캡처)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인천공항 면세점부터 한옥호텔까지 사업 추진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호텔신라는 올해 엔데믹 전환에 맞춰 실적 회복을 위한 투자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13일 호텔신라는 전날 이사회를 통해 단기차입금을 두 배 가까이 늘리기로 결정했다. 기존 1600억원이었던 단기차입금이 3100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이는 자기자본 대비 27.8%의 규모다. 호텔신라 측은 단기차입금 증액에 대해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등을 위한 유동성 확보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신라의 이런 선택은 이 사장의 정면돌파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인천공항에 입점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1000억원대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고, 신세계디에프 역시 1500억원 유상증자로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비용을 조달했다. 양사 모두 모회사 지원을 통해 운영비 부담을 해소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호텔신라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호텔신라는 코로나 이후 부채 비율이 치솟으면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다. 2020년 363.8%에 달한 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414.6% 수준에 이른다. 이번 단기차입금 증대로 부채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지만, 이 사장은 그룹의 손을 빌리지 않는 독자 노선을 선택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롯데면세점이 22년 만에 철수를 결정할 정도로 코로나 사태에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부터 여객수 회복이 이뤄지고 있지만, 예년 수준까지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이 사장이 과감한 베팅에 나선 것은 당장 실적을 내기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 3월 16일 서울 중구 호텔신라 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호텔신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 3월 16일 서울 중구 호텔신라 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호텔신라)

특히 이 사장은 숙원사업인 한옥호텔 건립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달 호텔신라는 서울 중구청에 올해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만 해도 공사 재개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결정이다.

한옥호텔은 이 사장이 2010년 취임 때부터 언급한 호텔신라의 중점 사업이다. 2300억원대를 투입해 장충동 신라호텔 인근에다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의 한옥호텔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2011년에 한옥호텔 건립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했다가 문화재 발굴 이슈에 얽히면서 사업 승인이 한 때 무산됐지만, 2020년 건축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사태가 절정에 이르면서 잠정 중단된 바 있다.

한편 이 사장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의 협업 가능성도 넓히고 있다. 전날 데스트리 창업자인 제럴드 구이엇 대표는 이 사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하면서 친분을 과시했다. 구이엇 대표는 LVMH를 진두지휘하는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의 셋째 며느리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에서 아르노 회장과 만나기도 했다. 이러한 보폭 확대는 신라면세점과 LVMH의 끈끈한 관계 구축으로 다양한 브랜드의 입점 확대를 기대케 하는 지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사업 기본기 강화와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핵심 과제로 선언한 바 있다”며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은 면세점과 호텔사업의 실적 회복에 머물지 않고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책임경영 철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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