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07.15 14:00

美 IRA·EU CRMA 요구 수용…핵심 광물 보유국으로 '방향 전환'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모비스의 인도네시아 공장 조감도. (사진제공=현대모비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모비스의 인도네시아 공장 조감도. (사진제공=현대모비스)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인도네시아와 아프리카가 'K-배터리'의 글로벌 투자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간 문제점으로 지목되어 왔던 핵심 광물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공급망 다각화의 일환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모비스와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이 내년 상반기 중 배터리셀 양산에 돌입한다. 이 합작법인은 전기차 15만대분 이상에 달하는 연간 10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이다. 2021년까지 약 100만톤 이상을 생산했으며, 매장량은 7200만톤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매장량이 풍부하다는 점을 활용해 자국의 전기차 관련 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니켈 공급이 원활한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 또는 핵심 소재 공장을 속속 세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LX인터내셔널·포스코홀딩스·화유 등이 참여한 LG컨소시엄을 통해 인도네시아 밸류체인 투자를 본격화했다. 12조3000억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를 동남아 전기차 산업의 핵심지로 육성시킬 계획이다.

SK온도 지난해 11월 에코프로, 중국 전구체 생산기업 GEM과 인도네시아에 니켈 중간재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내년 3분기부터 연간 니켈 3만톤에 해당하는 중간재인 '니켈 코발트 수산화혼합물(MHP)'을 생산한다.

인도네시아와 함께 아프리카도 신흥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니켈, 코발트 등 희귀광물을 풍부하게 품고 있는 대륙이다. 총 리튬 자원량은 2575만톤이다. S&P글로벌코모디티인사이트에 따르면 아프리카 리튬 생산량은 오는 2027년까지 30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4월부터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업체 야화와 손잡고,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수산화리튬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모로코에는 250개 이상의 자동차 제조업체와 부품 제조업체가 있어 완성차 제조의 생태계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미국,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하고 있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핵심원자재법(CRMA) 등에 유연하게 대응도 가능하다.

이처럼 글로벌 배터리 업계가 인도네시아, 아프리카와 같은 제3국에 깃발을 꽂는 것은 광물 조달처를 다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 업체에 80% 이상 의존하며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라는 내용의 IRA·CRMA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보유국가에 현지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 배터리 업체는 CRMA 대응을 위해 자국 내 광물 조달 비중을 크게 낮추고 소재 공급을 위한 해외 거점 찾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더욱 발 빠르게 공급처를 다각화하는 중이다. 

성동연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핵심 소재 부문의 국산화율이 평균 14%에 그치고 있다"며 "핵심 소재의 원료가 되는 광물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늘어나는 배터리용 광물자원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광물자원을 보유한 현지 국가와 협업 기회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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