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07.19 09:52

노동계 "사실상 삭감…정부 개입 확인 '결단의 시기' 가질 것"
경영계 "동결 아쉽지만 인상 불가피…소상공인 지원책 필요"

최저임금위원회는 18~19일 밤샘 논의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투표를 진행했고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9860원이 17표를 받아 최종 결정됐다. (사진제공=한국노총)
최저임금위원회는 18~19일 밤샘 논의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투표를 진행했고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9860원이 17표를 받아 최종 결정됐다. (사진제공=한국노총)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9620원 대비 240원(2.5%) 인상됐다.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으로는 206만740원이며 올해(201만580원)보다 5만160원 올랐다.

인상률 2.5%는 2021년(1.5%)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사상 최초 '1만원'은 올해도 무산됐다. 1만원 도달까지는 3.95% 이상의 인상률이 필요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18~19일 밤샘 논의를 이어갔다.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에도 노사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노동계가 제시한 1만원과 경영계가 주장한 9860원을 두고 투표가 진행됐다.

치열한 논의 끝에 노동계는 최초안 대비 2210원 낮췄고 경영계는 240원 올렸다. 노사간 격차가 최초 2590원에서 19일 새벽 180원까지 좁혀지면서 공익위원들이 9920원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후 표결이 이뤄졌다.

투표 결과를 보면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위원들에게 손을 들어준 모습이다. 경영계, 즉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9860원이 17표를 받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최종 결정됐기 때문이다. 최초의 '1만원'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위원들의 1만원에는 8표가 찬성했고 기권도 1표 나왔다. 최저임금위는 노·사·공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다만 올해는 근로자위원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지난 5월 망루농성을 벌이다 구속되면서 해촉됨에 따라 근로자위원이 8명으로 1명 적다. 1만원 찬성 수와 동일하다.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노총)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12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노총)

노동계는 이번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정됐다. 실질임금 삭감이나 마찬가지"라며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특히 "심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고위인사는 최저임금위 심의 중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확신에 찬 발언을 들먹이고 그 발언이 결국 들어맞는걸 보면서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위원회가 공정하지도 자율적이지도 않고 독립성을 상실한 들러리 위원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한국노총은 이제 최저임금위에 결단의 시기를 가지려 한다. 근본적으로 최저임금 제도 취지를 확립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정부 편향 인사의 공익위원 자격문제, 노동자 위원에 대한 강제 해촉과 재위촉 거부, 언론을 통해 드러난 정부 고위인사의 9800원 발언과 경사노위 위원장의 1만원 이하 최저임금 발언으로 정부의 개입 정황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사용자측도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마냥 반갑지는 않은 모습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두고 "역대 2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나 업계가 절실히 원했던 동결수준을 이루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결과이나 사용자위원들이 2.5%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며 "인상된 최저임금을 지불하기 어려운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들 업종을 시작으로 종국에는 다수의 업종이 도미노로 문을 닫는 총체적 비극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최저임금 심의기간은 110일로 2016년(108일)을 넘어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내달 5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게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