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8.04 15:43
연도별 촤저임금 결저현황. (그래프=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연도별 촤저임금 결저현황. (그래프=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고용노동부는 2024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시간급 9860원, 월급 206만740원(1주 소정근로 40시간 근무, 월 209시간 기준)으로 4일 최종 결정, 고시했다. 사업주가 내야하는 4대 사회보험 분담금을 더하면 실제 시급은 1만906원 수준이다. 1만10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내년 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도·소매, 음식 숙박업을 영위하는 사업주는 국인연금 9만2700원, 건강보험 7만3050원, 건강보험(장기요양) 9350원, 고용보험 2만3690원, 산재보험 1만9866원을 포함, 21만8656원을 부담해야 한다. 물론 근로자도 이같은 금액을 낸다. 최저임금으로 근로자를 1명 쓰는데 227만9396원이 소요된다. 직원이 1년 이상 근무한뒤 퇴직할 것에 대비, 미리 준비해야할 퇴직금까지 감안하면 246만9345.7원에 이른다.  

인상률이 2.5%로 2003년(5.0%)보다 낮아졌다지만 적자의 기로에서 허덕이는 영세업체 사업주라면 인건비 부담 증가로 기존 근로자를 계속 쓸지 고민이 커지게 됐다. 신규 채용은 엄두조차 못 낼 형편이다. 이로 인해 저임금 일자리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프랜차이즈 매장은 물론 1인 점포까지 진출한 키오스크 제조와 유통기업, 설치업체만 신나게 됐다.

최저임금이 너무 낮으면 노동자와 가족들의 생계 유지가 어려워지고 너무 높다면 고용률이 떨어지거나 영세사업장의 미준수율이 높아질 것이다. 적정수준에서 결정해야 하지만 현행 법률과 제도, 구조에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근로자와 사용자 위원들이 자신을 추천한 단체의 입장에 맞춰 활동하는 행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 위원들의 '대리인' 병폐는 노골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노사가 각자 요구안을 고집하자 공익위원들이 시급 9920원을 제시했다. 근로자위원들은 '1만원 달성'이란 한국노총·민주노총의 목표 달성을 의식, 이를 거부했다. 공익위원안이 채택되지 못하자 노사가 각각 제출한 인상안을 놓고 지난 7월 19일 투표가 실시됐다. 결국 9860원으로 결정됐다. 근로자위원들이 되레 최저임금 근로자의 권익을 침해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로 인한 비판이 나오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7월 21일 '최악의 최저임금 인상 규탄' 공동성명을 통해 "공익위원은 저임금노동자의 절박한 처지를 악용하여 부당하고 불합리한 중재안을 노동계에 강요하려 했지만 노동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노동계의 1만원(3.95% 인상)안과 사용자의 9860원(2.5% 인상)안을 두고 표결한 결과 공익위원들은 노동자안에 대해 단 한명도 찬성하지 않았다"며 공익위원들을 비난했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이란 4대 기준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기준에 따라 심의하려면 관련 자료부터 정확하고 신뢰성이 높아야할 것이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적용 효과에 관한 실태조사 분석보고서, 임금 실태 등 분석 보고서 등을 직접 관리한다. 문제는 이런 보고서에 들어간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심의 초기 전문위원에서서 검토된뒤 정작 전원회의에서는 논의 대상에 오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상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실태조사 설문내용을 개선하려고 해도 이로 인한 유리함과 불리함을 따지는 노사의 반대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지난 7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13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노총)
지난 7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13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노총)

최저임금위는 노사가 합의하지 않은 자료를 심의 자료로 채택할 수 없다. 이러다보니 경영계는 최저임금 지불 주체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을 금과옥조로 내세운다. 노동계는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가 올랐다는 점을 주로 강조한다. 통계를 정확히 만들고 이를 100% 활용하는 모범규준을 도입하지 않는 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숫자만 앵무새처럼 떠드는 노사 위원들의 대립은 계속될 것이다. 법률 취지에 적합한 최저임금 결정 역시 기대할 수 없다.   

최저임금을 심의할 때 고려되는 적정 생계비에 대한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부터 조율하는 것이 시급하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비혼 단신 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실태생계비 평균은 월 241만원이다. 근로자위원들은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 한국경총은 지난 6월 25일 내놓은 ‘주요 결정기준으로 본 2024년 적용 최저임금 조정요인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금번 비혼 단신 근로자의 평균 실태생계비는 월 7~800만원 이상 소득 근로자의 소비성향까지 반영된 것"이라며 "최저임금의 정책대상이 되는 근로자의 생계비를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경총은 이어 "OECD 등 국제기구는 저임금 근로자를 중위임금 2/3(67%)미만을 받는 자로 정의하고 있고 유럽연합 노동조합총연맹도 최저임금의 주요 기준으로 중위임금의 60%를 제시하고 있다"며 "2022년 현재 전체 근로자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63.6%에 달한다. 2022년 월환산 최저임금은 191만4440원으로  3/10분위 단신 근로자 실태 생계비 174만9260원을 상회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저임금제도의 목표는 임금격차 감소와 소득분배 개선이다. 최저임금이 2016년 6030원에서 2021년 8720원으로 44.6% 올랐지만 지니계수만 2017년 0.406에서 2021년 0.405로 소폭 개선되었을 뿐 같은 기간 전체 인구 중에서 빈곤선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인 상대적 빈곤율은 19.7%에서 20.8%로, 소득 상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인 소득5분위 배율은 11.27배에서 11.52배로 악화됐다는 것이 경총의 분석이다. 물가와 명목임금 상승률보다 2.4~5.6배 높았던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감소한데다 자영업자의 소득도 줄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의도는 선량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던 셈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4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이정식 장관 페이스북 캡처)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4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이정식 장관 페이스북 캡처)

이제야말로 최저임금 제도를 취지에 맞게 고칠 때다. 정부부터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당연한 일이다. 이정식 고용부장관은 이날 "1988년 도입되어 큰 틀의 변화없이 이어지고 있는 최저임금제도가 변화하는 경제·노동시장 여건을 반영하여야 하고, 매년 결정과정에서 반복되는 갈등·대립구도 또한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은 만큼,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매년 최저임금 심의를 할 때마다 퇴장과 불참 등 파행, 노사간 힘겨루기와 충돌이 빚어진다. 결과에 승복하기는커녕 불만을 터뜨린다. 예측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액을 정해놓고 산출공식을 끼워맞추곤 한다. '공익위원 산식'이란 비아냥이 나온 배경이다.

최저임금위 소관이 아닌 사항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하다. 경영계는 근로기준법에서 규율한 주휴수당에 따른 최저임금 인상 부담 확대를 제기하고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주장하기 일쑤다.

최저임금제도 결정과정에서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노사의 수용성을 높이며 합리성도 확보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국제적인 기준과 관련 법령을 고려하고 최저임금이 일자리 시장에 미친 영향 등을 반영해야할 것이다. 최저임금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진만큼 지역별 차등적용과 업종간 구분적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영세사업장에 다니는 취약근로자를 보호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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