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3.07.24 12:00

영구채·몸값·업황 침체로 매각 '안갯속'
산은 "잔여 지분 당사자와 협의 후 처리"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LA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HMM)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LA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HMM)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국내 대표 해운선사 HMM에 대한 매각 작업이 본격화된 가운데 새 주인이 누가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각가가 최소 5조원대로 추산되는 만큼 현대차그룹·포스코그룹 등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인수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영구채와 높아진 HMM의 몸값, 불안정한 해운업황 등으로 매각 절차는 변수가 가득한 쉽지 않은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영구채 1조원 주식 전환·매각…예상 매각가 5조 규모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20일 HMM 경영권 공동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개시했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 지분을 각각 20.69%, 19.96% 보유한 최대 주주다.

HMM의 최근 한 달 평균 시가총액이 9조2462억원였던 것과 현금성 자산 규모가 14조원에 이르는 HMM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하면 매각가는 5조원이 넘을 것이 유력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두 기관은 매각 절차 개시를 계기로 보유한 2조7000억원가량의 영구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영구채 중 1조원가량을 주식으로 전환·매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환 시점은 올해 10월이다.

이번 경영권 매각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공개 경쟁입찰로 진행되며, 2단계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연내 주식매매 계약체결을 목표로 추진한다. 매각 지분은 총 3억9879만156주로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포함 희석기준 지분율 약 38.9%다.

남은 1조7000억원가량의 잔여 영구채는 HMM의 상환권 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환주식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 하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두 기관이 보유한 지분에 이를 더한 가격이 총인수가격이 된다.

◆SM그룹·현대차그룹·포스코그룹·CJ그룹·LX그룹 등 인수 후보군 거론

CB·BW의 주식 전환으로 HMM 몸값이 더 비싸지자 인수 후보군은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최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해운산업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자본·경영 능력을 갖춘 업체가 인수 기업이 되길 원한다"며 "HMM 인수에 관심 있는 후보 기업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HMM 인수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SM그룹 외에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 CJ그룹, LX그룹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인수 의사가 전혀 없다"며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고, 아직 별다른 의사를 밝히지 않은 LX그룹이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본력이 있고 계열사인 통합물류기업 LX판토스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거론된 후보군 중 유일하게 인수 의지를 밝힌 SM그룹도 영구채 전환 시 응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아무리 양보해도 HMM의 적정 인수가격은 4조5000억원"이라며 "(영구채를) 1조원만 전환해도 인수 자금은 4조원이 뛴다. 그러면 8조원을 들여 HMM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얘긴데, 우리뿐 아니라 그 돈을 들여 HMM을 인수할 국내 그룹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누리호가 부산신항에 정박해 있다. (사진제공=HMM)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누리호가 부산신항에 정박해 있다. (사진제공=HMM)

◆높아진 몸값·해운업 불황 '걸림돌' 될 수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집계한 HMM의 올해 2분기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도 매출 2조1099억원, 영업이익 280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58.09%, 90.44% 감소한 실적이다.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21일 966.45포인트로 전년 동기 대비 4분의 1토막 나는 등, 해운업황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통상 SCFI의 손익분기점은 1000선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높아진 몸값과 최근 업황의 침체기 돌입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산은과 해진공이 잔여 영구채 처분 방식 등에 관한 종합적 매각방안을 마련, 잠재 인수 후보군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강석훈 회장은 "(HMM은) 시장 가격으로 신속 매각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것"이라면서 "영구채를 포함한 잔여 지분 처분 방식 등은 모두 매각 과정에서 결정될 일이지만, 거래 당사자와의 협의를 통해서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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