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3.07.31 14:27

산업은행 노조, 한국재무학회 통해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김현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31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김현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31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산은 노조가 부산 이전 시 10년간 7조원 이상의 기관 손실과 15조원에 달하는 국가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자체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사측이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필수 기능 외 모든 기능을 부산으로 옮기는 '100% 본점 이전안'을 채택한 가운데, 노조 측도 자체 용역 결과를 근거로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31일 김현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산업은행 본점에서 개최된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에서 "노사 양측의 컨설팅 결과가 모두 나왔으니 공개토론회를 진행하자"며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산은 노조가 주최한 이번 발표회에는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한국재무학회 소속 박래수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 등이 참석해 산은 부산 이전 타당성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래수 교수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 시 향후 10년간 7조39억원의 기관손실과 더불어 15조4781억원의 국가적 파급 효과 손실이 예상된다"며 "이는 수도권 대비 동남권에 절대적으로 적은 금융기관 및 기업고객, 기존 기관들과의 거래 중단 등 금융네트워크 약화, 인적 경쟁력 저하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당 손실 외에도 산은이 관리하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들의 부도 위험 증가에 따른 부가 손실(약 22조156억원), 산은 손익 감소에 따른 정부배당금 지급 불가, 국제금융중심지로서 서울의 브랜드 경쟁력 훼손 등 계량화가 어려운 커다란 손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재무학회 소속 박래수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31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한국재무학회 소속 박래수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31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박 교수는 "산은 부산 이전을 둘러싼 여러 논란의 엄중함을 고려해 진행 과정과 연구 내용에 최대한 합리적이고도 중립적인 관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며 "정부와 산은 경영진은 이번 연구 보고서 발표를 통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엄청난 경제 손실을 수반하는 잘못된 정책 방향임을 깨닫고 근본적인 정책 재고와 집행 수정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2005년부터 총 29개 금융공기업이 부산으로 이전했으나,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지 못했다"며 "비현실적·비효율적인 금융공기업 분산 정책 대신 지역산업 육성 연계 금융발전 방안을 수립해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에 정책금융 자원을 집중적으로 배분해야 하는데, 산업은행이 운영 중인 8개 지역의 지역본부가 국가균형발전의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소장은 "산업은행의 업무 목적에 지역균형발전을 명문화하고 은행 내 '지역성장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각 지역본부를 지역거점으로 활용해 각 지역별 지방은행을 정책금융 공급체계의 전략적 파트너로 편입한다면 시장 마찰과 민간 구축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산업은행 노조가 설문조사기관 엠브레인을 통해 조사한 본점 고객기업과 협업기업 종사자의 '본점 부산 이전' 설문 결과. (자료제공=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산업은행 노조가 설문조사기관 엠브레인을 통해 조사한 본점 고객기업과 협업기업 종사자의 '본점 부산 이전' 설문 결과. (자료제공=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산은 노조는 본점 고객기업과 협업기관 종사자의 84%가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내놨다. 산은 노조는 외부 설문조사기관 엠브레인을 통해 본점 고객기업과 협업기관 종사자 930명을 대상로 부산 이전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산은 부산 이전을 반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83.8%를 차지했다. 

아울러 '산은 부산 이전시 업무에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는 답변이 86%에 달했으며 73%는 거래 금융기관을 옮기겠다고 했다. 산은을 따라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겠다는 기업은 단 1.7%로 집계됐다. 

산은 노조는 "임직원 설문조사 결과 기혼 직원의 80%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며 "본인 경력을 포기하면서까지 배우자의 직장을 따라 거주지를 이주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94%의 직원은 주말부부를 하겠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정주여건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삶이 바뀌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산은은 본점 부산 이전 관련 삼일PwC에 의뢰한 '정책금융 역량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서울에 필수 인력과 업무만 남기고 모든 기능과 조직을 부산 본점으로 이전하는 '지역성장 중심형 이전'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도 이번 연구용역을 토대로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에 둔다'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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